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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제가 지도하던 아이가 대학편입하고 나서 큰 사고가 있었습니다.
중략-
반신불수가 된 아이가 대금을 하고 싶어 하더이다. 제 스승께서는 한 손으로 연주 할 수 있는 대금을 제작할 수 있는 분이셨어요. 작년... 그 아이를 위해서 한 손 대금을 제작해 주었지요.
한 손 대금으로 지난 해, 도전하다.. 하다 그만 두었다고 생각한 아이가 올해 다시 연락이 되었습니다. 다시 도전하고 싶다고 합니다.
아래 글은 당시 이 학생 - 제자가 학부에 편입할 당시 제가 제 카페에 올린 축하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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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군의 추계예술대 국악과 편입 합격을 축하드립니다.
**군은 백석예술대 1년 후배로 대금전공이다. 원래 미술전공이었다가 대금을 취미로 하다가 늦게 전과를 한 것이다.
학기초, 대금전공 입학생이 몇 명 있다던데.. 궁굼해하다가 , 연습실 한쪽 구석에서 등돌리고 대금만 불고 있는 뻘쭘하게 키 큰 학생을 보게 된다. 두어 달이 지나도록 볼때마다 등돌리고 대금만 불었지 눈인사 한번 안하던 아이가 본인이 지도하던 실내악팀에 들어오게 되며 처음으로 인사를 하게 되었는데??176센티? 키가 엄청 컷으며, 도전적인 눈빛이 인상에 남았다. 아마 처음보는 사람과 쉽게 마음을 트지 못하는 성격인 모양이다... 생각하며, 한편으로는 혹 문제를 일으키거나 뺀질거리지는 않을까 걱정된 학생이기도 하다.
1학기 실내악팀은 그렁저렁 보냈으나, 이 아이는 한번도 결석 지각을 하지 않은것이 대단하다 생각들고, 시간을 아껴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는... 그 대금에 대한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2학기 실내악팀원 때 부터 이 아이에게 본격적으로 산조대금을 개인지도하게 되었는데 처음 몇차례 지도하고 나서는 도저히 가르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나쁜 습관이 있어 고치기 힘들다고 생각들어 지도를 사양하기도 하였으나, 군이 처음부터 다시 하겠다고 다짐하고 나서며 본격적인 지도를 하게 되었다.
학교에서, 길동 연습실에서...시간과 장소만 생기면 연습 또 연습... 생각하면 피튀기는 연습의 연속이라 할, 1년 반의 세월이었다.
짧은 산조 4개월에 마치고, 긴산조 2개월, 시나위 1개월, 그리고 정악 또 대풍류, 민요, 창작곡, 독주곡을 쉴틈없이 처리해 나갔다. .. 그 와중에 소리마당 다물전통예술단의 연습참여, 공연참여, 독주등을 거치며 지금까지 쉼없이 뛰어온 시간이었다.
그동안의 모든 연습과 공연에 한번도 빠짐없이 참여하고 궂은 일 마다하지 않고 다 치루었지만, 한번도 싫은 내색을 보이지 않던 이 아이는, 선생입장에서 한편은 기특하고 자랑스러운 학생이기도 하였으나, 한편은 이 아이의 장래를 내가 혹! 잘못 지도하고 있지는 않는 것인가 의문이 들기도 하던 아이였다.
이제 그 모든 의문과, 스스로 되 물음에 대한 답이 나왔으니 본인은 얼마나 기쁜일인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감사합니다라는 메세지에 나는 오히려 감사할뿐이다. 믿고 따라준것에 감사 아니 할 수 없다.
몇년 전에 용인대에 입학한 제자가 그 학업을 중도에 그쳐 마음이 아펏고, 몇몇 제자들에게 당신이 연주를 잘 하게 되어 나를 빛나게 해 주시오 라고 부탁한 이들이 있었으나 한 사람도 제대로 제 길을 가지 못하고 있어 마음이 울적하였다.
이제 더 훌륭한 교수님들을 만나서 나머지 학기를 우월하게 마치고 , 부디 무슨 일이 있더라도 학업을 중단하지 말고 대학원에 진출하여, 숨이 있는 동안 이어지는 끊없는 학문에 계속 도전하기 바라며, 먼 훗날 소리마당을 빛 내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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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이 아이를 위해서 제 스승께서 만들어 주신 왼 손 대금을 건네며 제가 남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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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다 쏟아 부으며 지도하고 아끼던 제자가 대학 편입 시험에 합격하고 나서 소식이 없었다.
편입 후, 또 새로운 교수와 새로운 학우들을 만나고 또 새로운 각오로 열심을 내다보면 그럴수도 있겠다 생각하였다.
휴학을 하였다니??? 바로 연락이 되지 않아 궁굼하던 차, 뒤 늦게 알게 된 비통한 소식은, 불의의 사고로 뇌사 상태까지 이르러 사경을 헤매다 치료한 결과, 결국 몸의 한쪽이 불구가 되었다고 한다.
날 벼락 같은 소식에 허탈한 마음 가득할뿐이다.
무슨 위로의 말도 할 수 없었고 그저 눈물만 흘리는 제자 앞에서 차마 쳐다 보지 못하고 함께 울 수 밖에 없었다.
그 누구 보다도 대금 수업에 열심을 내던 제자가 이제 자기 갈 길을 제대로 가는가보다.. 그 앞 길을 기대하였더니...
그 제자는 병원에서 지금 몇 달 째 재활 치료를 하고 있다.
소인의 스승 신용춘선생님은, 이 학생의 연습 과정을 처음부터 편입 시험에 합격할 때까지 그 레슨과정 일 년 여를 보아 오시던 분이다.
두어 달 전, 선생께서는 갑자기 이 학생의 소식을 묻게 되고, 소인은 학생의 불운한 소식을 말씀드리게 된다.
선생님은 사모님의 병환 중에서도 한번도 눈물을 보이지 않으시더니, 이 소식에 급기야 눈물을 보이시는 것이다.
한 젊은이의 찬란해야 할 삶이 - 원하던 예술의 길이 아닌 병원에서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소식에 마음 많이 아파하셨다.
선생님께서 학생을 한번 봤으면 좋겠다는 말씀에, 가족과 연락하여, 어느 날 소리마당에서 대면을 하게 되고, 우리 모두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실을 눈으로 확인하며 다시 한번 가슴 아파했다.
선생님께서는 학생의 손을 만져보고 어깨를 만져보고.. 너무 마음 아파 하시더니 학생에게 묻기를 '대금을 포기했느냐? 어찌 완치되면 다시 도전하여 대금연주자가 되고 싶으냐? 내가 한 손으로 대금 연주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면 도전해 보겠느냐?' 물으시는 것이다.
학생의 정악대금과 , 산조대금을 선생님께서 갖고 가신지 두 달 정도 되었을까??
어제 선생님께서 잠간 들러 보라고 하여 댁에 들렀더니, 한 손으로 연주 할 수 있는 정악대금을 건네 주신다.
"자네가 먼저 연습하여 모든 운지가 원활해지기 전에는 아직 대금을 건네 주지 말아라"고 말씀하신다.
한 손으로의 연주... 제자에게 연습하라고 강요만 하지 말고, 선생이 먼저 연습하고 익혀서 반드시 될 수 있다는 것을 제자에게 보여주라는 말씀이다.
일절의 사례도, 먼저 당신께서 거절하시는 말씀을 하시고, 대금을 건네주시는 스승 앞에서, 못난 제자의 그 제자까지도 기억하시는 그 깊은 은혜에 그저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었다.
새로운 시작-그리고 완성만이 보답하는 길이다.
밤새, 이리 저리 눌러보고, 불어보고, 운지법을 찾아내고, 정리하여 사진으로 남겨 놓았다.
한 음씩 소리내는 단순 운지로는 율명을 다 찾아 냈지만 과연 매끄러운 연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이것이 제자에게 장차 본인의 예술 세계에 대한 희망과 보람을 줄 것인지... 아니면 엄청난 무게의 짐을 짊어주는것은 아닌지..
새벽은 밝아 오는데 ...........
아직 정녕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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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이 아이가 제 연습실 근처 방을 얻어 왔습니다.
잠시 레슨해 보니 입술 많이 풀리고, 운지 원활하지 않아 잠시 서로 맥 없는 시선 교환했습니다.
그래도 그래!! 시작해 보자.. 처음 처럼..
모두 응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한손 대금 사진을 올릴까? 이 아이 사진 올릴까 생각하다 . 이 아이 의 사진 하나 올립니다.
2010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공연한 '사랑의 음악회' 사진중 한 컷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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