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아침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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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엔 가끔 이곳 밴드 멤버들과 커피를 마십니다. 24시간 오픈하는 레스토랑이 두어군데 있어서 그곳에 가면 항상 커피를 마실수 있지만 그곳에서는 웨이트리스가 계속 왔다갔다하면서 뭐 필요한거 없냐 어쩌냐 하고 방해(?)를 하기도 하고 또 너무 오래 앉아 수다를 떨면 약간의 눈치도 보이기도 하고...그리고 또 커피값도 비싸기도 하지만 (2불에서 3불사이 한가지 종류) 팁을 줘야 하는 곳이니 이래저래 사람들이 선호를 하는 편은 아닙니다.
물론 스타벅스가 있지요. 그런데 그곳은 커피값이 황당하게 비싸고 커피가 너무 진해서 뭔 탕약 먹는 기분이라서 전 좀 피하는 편입니다 (제가 좀 촌스러워서요). 누가 스타벅스 선물권 주길래 그냥 친구를 줘 버릴만큼 제게는 그 커피 별로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스타벅스는 장소가 아주 넓지 않아서 오래 앉아있기에는 좀 불편하기도 하구요. 또 대학생들이 그룹으로 와서 죽치고 숙제하고 공부하는 곳이라서 수다를 떨기에는 미안도 하죠. 가끔씩 바다가 보고 싶을때 운전해서 나가면 태평양을 바라볼수 있는 곳에 스타벅스가 한군데 있는데 거기는 커피가 마시고 싶어서라기 보다는 마음이 뭔가를 마시고 싶어서 간다고 할수가 있겠죠?
그담의 선택은 한국빵집인데요. 두군데가 모두 아침 9시는 넘어야 문을 엽니다. 그래서 일찍가기에는 불편하기도 하죠. 한군데는 넓어서 괜찮은데 다른 한곳은 의자가 몇개 없어서 커피만 마시고 호도과자 몇개 먹고나면 금방 일어서야 합니다. 커피값은 역시 한잔에 2불에서 3불사이. 아메리카노를 기준해서요. 그외 다른 커피들은 좀 더 비싼데 그래도 5불이상은 없구요. 이곳은 팁을 주는 곳은 아니라서 커피값만 계산하면 됩니다. 좀 넓다는 곳은 오후에 가면 괜찮은 곳이지요.
위의 세가지 선택을 빼고나면 가장 만만한 곳이 맥도날드입니다. 일단은 커피값이 60센트에서 일불정도입니다. 나이드신분들의 가격은 더 싼것 같은데 (50센트정도?) 하여간 다른 곳보다는 반값정도인 셈이죠. 값도 값이지만 중요한 사실은 팁은 당연히 필요없고 커피가 무지 신선합니다. 만약 좀 오래되었다 싶으면 다시 내려서 줍니다. 하지만 하루종일 사람들이 오가기에 커피가 오래될 짬이 없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오래 앉아있어도 전혀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곳이기도 하죠. 한국인들이 많이 살지 않는 곳에 있는 맥도날드에서는 아직도 커피 리필이 무한이구요. 원래는 당연히 무한이죠.
본론을 얘기하기 전에 서론이 너무 길었네요....그래서 언제부터인가 이 맥도날드가 인종에 관계 없이 노인들의 놀이터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여자들 보다 남자들이 더 많이 옵니다. 늙어서 살아남은 비율은 여자들이 압도적으로 더 많을텐데 살아온 세월 동안 덕을 못쌓아서인지 집에 있어봐야 커피한잔도 못얻어먹고 다 눈총받고 쫓겨나온건지... 하여간 남자들이 많습니다. 몇 부부끼리 오는 분들도 계십니다.
근데 와서 노는 양상이 인종마다 조금 다릅니다. 백인들은 와서 빙고를 그렇게 하고 놀더군요. 흑인들은 그나마 잘 오지 못하지만 오면 그냥 앉아서 티비를 보거나 커피만 마십니다. 필리피노들은 와서 장기같은 것을 그리 많이 두더군요. 라티노들은 와서 거기에 온 여자들을 (대부분 늙은 여자들이지만 가뭄에 콩나듯 가슴 큰 젊은 애들이 옷인지 수영복인지 구분이 불가능한 것을 입고 나타나면 백내장이었던 눈이 청소가 되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이건 인종상관없이 모든 남자에게 해당이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만) 흘끔흘끔 쳐다보거나 아니면 데리고 온 손자들 시중들거나입니다.
워낙 애들을 많이 낳으니 한두명도 아니고 여러명 데리고들 다니지요. 그나마 손자나 증손자들 데리고 다닌다면 아직도 가족이 있다는 것이니 복이지만 흑인이나 라티노들은 젊어서 워낙 힛엔런 (ㅎㅎ 여러 여자에게서 여러 아이들을 많이 낳고 튀어버리다보니 자기자식이 누군지도 모르고 또 알아도 완전 관심꺼버리고 다음 작업 들어가니까. 어쩌면 모든 남자들의 숨어있는 로망이 아닐까 싶기도 하구요) 들을 많이 했었던지라 늙고나면 혼자인 경우가 꽤 있습니다.
조신하게 아내하고 잘 지내고 늙어서 그래도 따신 타코라도 얻어먹지 왜 저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겠지만 한번뿐인 인생 젊어서 한번 잘 놀았으니 본인에게는 후회는 없을지도 모르지요. 그 바람에 태어난 아이들은 교육도 제대로 못받고 다시 또 대물림 된 가난을 짊어지고 힘들게 살아야 하지만요.
한국노인분들은 심각하게 자식얘기부터 자기 어디 관절염있는 얘기에, 건강식품, 침잘 놓는 한의원까지 아주 얘기거리가 많습니다. 티비도 안보고 장기도 안두고 무조건 수다입니다~그런데...중요한 것은...노인들이 만약 5명이 모인다면 커피는 2개나 3개만 사서 나누어마시고는 리필을 계속 한다는 사실입니다. 노인들이다 보니 한잔에 50센트 정도밖에 안하는데도 말이죠. 첨에는 종업원들이 잘 모르니까 계속 리필을 해주었던 것 같습니다.
보통 주문을 하면 빈컵을 줍니다. 그러면 그 옆에 있는 파운튼에서 콜라나 다른 음료들 처럼 커피를 커피팟으로 부터 셀프서브로 하는 곳도 있는데 맥도날드에서는 커피는 종업원에게 직접 얘기를 하면 카운터 뒤에서 따라줄 경우가 많지요.
그런데 이 행동들이 너무 심해지니까 종업원들이 눈치를 채기 시작한거죠. 결국은 감시 아닌 감시를 받게 되었죠. 커피를 주면서 커피컵에 표시를 해서 리필을 몇번했는지 체크를 한다든지 하는...그런데 이런 노인들 차는 다 좋은 거 타고 다닙니다. 50센트가 없어서 그러는 것 같지는 않지만 속사정은 모르죠.
며칠전에는 완전 모든 상상을 넘는 일을 목격을 했습니다. 친구와 아침에 만났습니다. 전 커피만 마시고 친구는 아침까지 같이 먹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한국할머니 두사람이 들어오더군요. 제가 앉아있는 맞은 편에 자리를 잡더군요. 제 친구는 돌아앉아서 못봤구요. 둘이서 한참 얘기를 하고 나더니 가방에서 맥도날드 일회용 컵을 꺼내더군요. 그러더니 그 카운터 옆쪽에 있는 소프트 드링크 파운튼 쪽으로 가서 태연히 리필 하는 것처럼 드링크를 컵에 채우더니 (커피는 카운터에서 받아야 하니까 안되겠죠?) 다시 자리에 와서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마시는거에요.
아, 참 이걸 어떻게 해석을 해야하나요. 미국식으로 생각하면 (한국식도 마찬가지겠지만요) 주인의 허락없이 지불하지 않고 뭔가를 취했다면 어기없는 샵 리프팅(가게에서 물건을 훔치는 일이죠)! 대단한 죄이고 치욕적인 것입니다. 차라리 종업원에게 가서 나 돈없는데 너무 목이 마르다 한컵만 좀 다오 하면 솔직히 안주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속이거나 거짓말을 하는 것은 이곳에서는 가장 큰 죄이고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 중의 일등입니다.
전 커피 한두잔만 시키면서 몇명이 리필하는 건 목격을 몇번했어요. 그것도 좀 불편스러웠고... 그런일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의 맥도날드는 피하곤 하지만... 이렇게 완전히 컵갖고 와서 하는 행동은 첨 봤거든요. 상상 초월...친구에게 방금 일어난 상황을 얘기했더니 친구는 놀라지도 않고 걍..뭐 그거 첨봤냐 하는 식이에요...
아, 이걸 어떡하면 좋아요..솔직히 꼬장꼬장한 미국사람이 봤으면 종업원에게 가서 신고하지요. 그리고 어린 애들이 봤으면 100% 신고....그런데 저는 마음이 조마조마해서 도저히 앉아있을 수가 없어서요..아직도 그 할매들의 얼굴이 너무 무섭게 떠올라요. 걱정이 되거든요. 어딘가에 가서 또 그러다 들키면...차라리 그 할매들에게 그러다 잡히면 정말 큰일 난다고 말할걸 그랬나 싶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