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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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 엄청 추웠던 때에 어미고양이 한마리가 새끼 두마리를 이끌고 저희집 거실 문앞에 왔습니다. 눈이 너무 많이 와서 먹을 것이 없는 모양이다... 생각하고 개(독도)가 먹는 사료를 주었는데 너무 잘 먹는것을 넘어서, ^^ 세마리 모두 이상한 신음소리를 계속 내면서 먹더이다. 무척 배가 고팟던 것이 확실합니다.
이 녀석들이 호구 하나 만났다고 생각했는지, 매일도 아니고 , 매일 아침 점심 저녁으로 가족이 찾아오는 겁니다. 그래서 긴 겨울 -때 되면, 아예 물그릇에 밥그릇에 문 앞에 내다 놓았어요.
어느 날엔 고양이가 떼로 모여 있기도 하더군요. 저 집에 가니 먹을것을 잘 주더라? 소문이 난것 같았습니다.
겨울이 한참인 어느 날, 첫 에미가 몰고 온 녀석 중에 좀 약해 보이는 아이가 안 보였습니다. 아마 얼어죽었다고 짐작했지요. 그리고 겨울이 다가는 어느 날엔 어미는 안오고 죽지 않은 새끼 한녀석만 오더이다.
봄이 되고 이제 살만한대도 이 녀석은 하루에도 몇번씩 문 앞에 와서 울어대길레, 야성을 잃어버리고 빌붙기만 하는 습성이 붙은것 같아, 그 때부터는 먹이를 안 주고 쫒아 버리고는 했지요. 그래도 막무가내로 찾아 오는 이녀석을 진짜로 쫒아 버린것이 저희집 바람둥이 독도입니다. 겨울에 여자친구 애니가 얼어죽고 난 후 온 동에 싸돌아 다니며 씨를 뿌리고 다니고, 며칠씩 집에 돌아 오지 않는 독도를 문 앞에 집을 마련해 주고 붙들어 매 두었던 결과입니다.
여름이 시작될 무렵 멀리 떨어진 창고에서 아까 걸뱅이 고양이가 새끼를 낳은것을 알았어요. 창고에 들어가 무단점거?한 보금자리에 가까이 갈라치면 요상한 소리를 내며 오지 말라고, 다친다고 위협하는 소리를 들으며 내버려 두었지요.
얼마 전부터 밭두렁 여기 저기에서 걸뱅이 고양이와 그의 새끼를 언뜻 보기는 해도 워낙 까칠하게 경계하는 통에 전혀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다가, 오늘 무지하게 덥던 한 낮에, 집 뒤곁 - 그늘 시원한곳에 널부러 자는 녀석들을 발견하게 되었어요. 인기척게 놀라 쳐다보는 녀석들을 한참이나 움직이지 않고 눈만 껌벅거려 주었더니 .. 맘을 놓았던 모양입니다. 다시 다리 쭈-욱 피고 자기 시작합니다. 참으로!! 세상 뉘 부럽지 않게 널부러 자는 녀석들을 디카에 담았습니다. 모자인지 모녀인지... 이 녀석들, 한참을 바라보며 생존의 끈질김을 새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