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게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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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8월에 블로그를 통하여 알게 된 지인이 있습니다.
뉴질랜드와 중국이라는 시공을 초월한 인연이었는데, 서로에게 깊은 영향을 끼친 관계입니다.
힘들 때마다 서로 격려를 하면서 각자의 삶을 지탱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언젠가는 만날 날이 있겠지 하면서 지냈었는데, 며칠 전에 부인으로부터 그의 별세 소식을 전해들었습니다.
육신의 옷을 벗고 늘 갈망하던 별나라로 갔다고 말하는 그녀에게서 그의 향기가 묻어 나왔습니다.
내 몸의 한 부분이 떨어져 나가는 듯한 아픔으로 목이 메었지만, 눈물은 흘리지 않았습니다.
초여름날, 지구를 떠난 친구때문에 일주일 넘게 눈물을 흘렸었는데, 그눈물이 이기적인 눈물이라는 걸 알았기에,
그때부터, 다시는 이기적인 눈물은 흘리지 말자고 다짐했습니다.
그 다짐 덕분인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그를 잘 알기 때문인지, 눈물을 삼킬 수 있었습니다.
길고 긴 편지글로 지인들에게 그의 별세 소식을 전하면서 많이 망설였음을 고백하는 그녀에게 연민과 감사를 전합니다.
주인 없는 방에 들어가 지나온 글들을 읽다가 예전에(2009년 2월 어느날) 깊이 감동을 했었던 글 하나를 올립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하게만 해주세요 !>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당신을 사랑하지 않은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나는 당신을 싫어하거나 삐지지 않습니다.
당신을 싫증내지 않습니다.
당신을 남들과 비교하지도 않습니다.
내가 그러지 않는 이유는,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도 있지만,
또한 나를 사랑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당신을 싫어하거나,
당신으로부터 멀어지는 생각을 하고 있으면,
그 때부터 나는 불행해지기 시작합니다.
당신은 당신만의 고유한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나를 사랑에 빠지게 하기에 충분한 매력이 넘칩니다.
나는 당신이 마음이 아프면, 따라서 마음이 아픔니다.
당신이 불안해하면, 나도 마음이 않좋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기뻐할 때면,
나는 덩달아 좋아서 어찌할 줄 모르겠습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는 것 말고는 당신에게 아무것도 원하지 않습니다.
그냥, 당신을 사랑하게만 허락해주세요.
그러나 나도 때로는,
당신에게 약간의 거리를 두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것은
당신이 나를 소유하려 할 때입니다.
나는 당신에게 소유될 수 있는 존재는 아닙니다.
당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당신 역시 아무에게도 소유될 수 없는 고귀한 존재입니다.
당신이 나를 소유하려할 때, 내가 약간의 거리를 두는 것은
당신이 혹시, 상처받을까 염려되서 그러는 것입니다.
그대로 두면, 시간이 흐를 수록
더 큰 상처를 받을까봐 안타까워 그러는 것입니다.
나는 상처받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당신을 소유하려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나는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남겼고,
세월이 흐르면 퇴색되는,
그런 사랑을 더 이상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제발, 당신을 사랑하게 해주세요.
제가 바라는 것은,
그저 당신을 사랑하는 것 뿐입니다.
소유됨 없이 자유로운, 당신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그것은 저에게 너무나 큰 행복을 안겨줍니다.
당신은 그렇게도 멋진 존재입니다.
오늘도 나는
당신을 사랑하며 행복한 기쁨을 맛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