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정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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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 부터 홍천 소리마당에서 혼자 지내고 있습니다. 다음 주 금요일까지 이제 일주일 남았네요.
그동안 집안 살림 뭐가 있는지 냉장고와 김치 냉장고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 그저 휙 열어보고 맘에 드는것만 쏙 빼서 먹다가서리, 이제 단단히 값을 치루고 있습니다.
가족들 미국여행간다며, 저를 위해 준비한 햇반, 라면, 짜파게티, 너구리, 심심풀이 과자 등등 이제 일주일 지나니 눈에 띄게 많이 줄었습니다. 담배도 몇 갑 안 남았군요.
오이지, 부추김치, 오이냉국 들 제가 좋아하던 녀석들은 이제 동이 났습니다. 부랴부랴 어제 텃밭에 부추 짤라다 김치 담갔는데 아직 풋내 나고있어 못 먹습니다. 김치냉장고 뒤져보니 오이지는 있는데 일주일동안 오이냉국에 오이지무침만 먹다보니 좀 물린 모양입니다. 손도 대기 싫어 졌습니다. 뒤적이니 허걱!! 파김치가 한 통있군요.제가 좋아하는 것 중에 하나입니다. 반가웠습니다. 또 신 김치 한 통이 있어서 신 김치는 기름에 지저서 먹고 있습니다. 파김치는 맛을 보니 상당히 맛있는데요. 제가 집사람이 파김치 담근것을 본 적이 없으니 아마도 뉘가 갖다준것이라 생각듭니다. 이 두 녀석들 덕분에 이 삼일은 또 그럭저럭 지낼것 같습니다.
냉장고에는 이제 찬거리외에는 아무것도 없는것을 확인 했으니
이제 일주일 남은 동안은 김치냉장고 뒤져서 먹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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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국 끓여서 드시지?? 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을것 같아 몇 자 더 적습니다.
가는 날 한 냄비 끓여놓은 된장국요.... 그제까지 하루 세끼 꼬박꼬박 먹었습니다. 당분간은 아무리 된장 좋아하는 저라도 안 먹을랍니다. 아니 절대 몬 먹습니다.
그동안 아무데도 안 가고 일만 죽어라고 했습니다. 저는 무면허이고, 면허가 있다 해도 차는 집사람이 끌고 공항에 주차 해 두었으니 이 산골에서 움직일 수 도없습니다.
송편도 몬 먹었습니다. 추석음식-윗 녀석들이 추석음식이었습니다.
재미있는 얘기 갑자기 생각나서 줄이려던 글이 좀 긴 얘기가 되겠네요.
저희 뒷집에 새로 노 부부가 새집을 짓고 이사 왔습니다. 아자씨는 무슨 신문사 국장인가 지냈고 사모님은 증권회사에 근무했다나 우쨌다나.. 여하튼 아자씨는 저보다 예닐곱은 더 드신것 같고.. 사모님은 저랑 비슷할까 좀 어릴까 .. 뭐 그런 - 돈 많아 보이는 부부입니다.
몇 년 전 부터 들락거리며 펜션운영은 어떠냐, 살기 무섭지 않느냐 등등 물어보길래 이리저래 대답해 주었더니 드디어 작년 겨울부터 뚝딱거리더니 자그마한 그림같은 집을 짓고는 올 봄부터 사시는 부부입니다.
좋은 말로 노년에 전원에 주택짓고 노후를 즐기는 그런 모습니다.
그런데 이 양반들이 저의 집을 거쳐서 올라가게 되어 있는데요... 올라가는 중간쯤에 독도네 집이 있습니다.
독도가 사람이면 말을 하겠지요? 안녕하세요 라던가 어디서 오셨느냐등등..조금 텃세도 할 수 도 있겠지요.
독도는 개 아닙니까? 개가 짖는것은 당연하지요.. 그리고 개가 아무나 처음 보는 사람보고 꼬리 흔들면 그게 갭니까? 등신개 아니면 애완용이지요.
이 양반들이 지네들 오르락 내리락 할때 독도와 애니-지난 겨울 죽은 기집애-가 짖으면 '그래 그래 나 새로 왔어, 아고 이쁘구나 쪼끄만 녀석들..' 이리 비슷하게 얼러 주면 될것을 , 매번 독도들한테 돌을 던지거나 돌을 던지는 시늉을 하니... 그런 이야기를 몇번 들었지만 그래 지들보고 짖으니 기분 나쁘기도 하것지... 걍 냅 둬라마 조금 지나면 친해 지겠지 달래던 저였습니다.
일주일 동안 저기 뒤쪽에서 된장공장 시설준비 한다면 신나게 일하곤 하다가 독도가 짖으면 뭔일인고,, 아무도 없는데 뉘 왔나 고개 내밀고 쳐다 보게 되는데요.
이 신문사 국장까지 지낸 양반이 독도에게 돌을 던지는 시늉을 몇 번 하더니 드디어 돌을 던지는 것을 직접보니 제가요 열이 확 받았다는 것 아닙니까? 제가 목소리가 대단합니다. 목을 열고 호통을 치면 웬만한 사람 넘어갈 정도입니다.. 냅다 고함을 질렀지요. 그 양반에게? 아닙니다 . 독도에게 질렀습니다. "조용해~~~~!!!!"
사모님 혼줄이 나서 '어마 깜짝이야!' 소리 지르고 이 돌 던진 양반 머쓱해서 겸연쩍을 웃음을 띄고 올라옵니다.
그 정도로 시위를 하면 제가 기분 나쁘다는 표현을 한 줄 알고 알아 먹을 줄 알았습니다.
그 정도면 서로 자존심 안 상하고 해결될줄 알았어요.
어제 두 양반이 산책간답시고 썬그라스 쓰고, 지팽이 짚고 길을 내려가다가, 당연히 짖을 수 밖에 없는 독도에게 또 돌을 던지는겁니다. 그 장면을 또 보니 혈압이 급 상승하는 것을 느낍니다.
아! 이거 그만 놔두면 절대 안 되겠다. 오늘 결단을 내야 쓰것다..
우짤고.. 한판 붙어볼까? 이웃이라고 달랑 네집인데 그중 한집하고 벽을 싾아 좋을게 뭔고..
우짤고.. CCTV 확인 하자며 무안을 줄까?.. 그래도 사회에서 내노라 하던 양반인데..기회를 줘야 되지 않을까??
우짤고.. 적당히 감정 상하지 않게 언성 높이지 않고 바보라도 알아 들을 수있는 - 은근히 바보 만드는 방법은 없을까?
혈압은 자꾸 오르고.. 생각하니 혈압약을 안 먹었더군요. 혈압약 먹습니다.
그래.. 독도 간식을 한 봉지 챙겼습니다.
그리고 몽둥이 대신 배 젓는 노를 챙겼습니다.
그리고 집 입구에서 - 그 양반들 올라가는 길목입니다. - 기다렸습니다.
한 삼십여분 지나서 두 양반이 나타 납니다. 마음을 조금 더 가라 앉힙니다. 아니 기다리는 동안 마음이 가라 앉은 것이지요.
독도가 벌써 짖기 시작합니다. 아리도 덩달아 짖습니다.
"안녕하세요. 어디 산책갖다 오시는 모양입니다^^" 웃으면서 말을 건넸습니다.
이 양반 자기가 한 짓을 먼전 생각한 모양인지
"아 저녀석이 내가 돌 던지는 시늉만 해도 저리 짖네요"
"선생님께서 이사 오시고 처음에 돌을 던져서리.. 저 녀석에게 아주 안 좋게 인식이 된 것 같습니다."
이때, 사모님도 덩달아 한 마디 하십니다.
"세상에 저는 제가 바본줄 알았어요. 아니 온 동네 사람들에게 짖어대니 말이지요"
이런, 이런, ... 이 얘기는 안 할라고 했는데 제가 보지도 않고 집사람에게 들은 얘기를 하게 됩니다.
"아뇨 사모님도 돌을 던졋어요. 제가 봤습니다"
아무말도 못하네요. 진짜 던졌으니까요
"어쨌든 저 녀석이 두분의 말소리만 들려도 짖어대는것 아세요? 저기 뒤 텃밭에서 두런 두런 말 소리만 나와도 ,이 녀석들이 짖어 대지요. 처음에 오셨을 때 몇번만 얼러 줬으면 될것을 ...개가 당연히 집 지키느라고 모르는 사람에겐 짖는것 아닙니까? 여기 쓰레기 치우는 사람, 아침에 조깅하는 사람등등 아무도 안 짖어요"
두분 다 머쓱한 분위기 입니다. 이때 제가 독도 간식 한봉지를 건네 드립니다.
"이거 드릴테니까요. 그저 오가시면서 하나씩만 던져 주세요 . 이거 다 사용할 즈음엔 안 짖을 겁니다."
그리고 생각해 둔 본 작전개시를 하게 됩니다. "이 녀석이 선생님을 몰라보고 짖었으니, 제가 지금 혼 좀 내줄랍니다." 그리고 노를 들어 넙적한 부분으로 독도를 냅다 후려칩니다 . 넙적한 부분이라 아프지는 않습니다. 소리만 요란하지요. "이 자식아 아무나 보고 짖지 말라고 했쟎아!!! 도둑한테만 짖으란 말여 도둑한테만!!!"
철석 철석 몇번 때리니 이 양반들 아고 이제 그만 하시요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만 두었습니다.
간식봉지를 받아 올라가는 두 양반을 보며, 혈압약 먹기 참 잘 했다 생각들었습니다.
독도에게 미안허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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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아님의 댓글
독신인 저만해도 쇠고깃국에 (참기름에 무우와 같이 볶다가 물 붓고 소금 넣고 끓엿슴 ㅡ 끝) 다가
이웃에서 보내준 차례 음식에 송편까지 두루 맛은 보고 지냈습니다
[참~ 지금 상황은 선배님도 독신이시지 ㅋㅋ]
헌데 김치는 진즉 없이 지낸지 오래인데 김치가 없으니 다른 음식도 맛이 별루입니다
독신생활 오래하믄 절약정신(?)이 투철한데 이노므 고깃국을 한 들통 해놨더니 이젠 지겹네요 ㅎㅎ
버릴 수는 없고 해서 따로 냉장고에 처박아 두고 있습니다
불편한 이웃사촌 ㅡ거들먹 거리는 이들은 지도 별루 안좋아 합니다
독도야!!! 잘~~ 지내고 있거래이 ~~ 함 볼날 있을끼다 ~ 내 보고는 짖지 말거래이~~~
히따나2님의 댓글
저도 이곳으로 이사오기전 전 한국가게도 없는 곳에서 살던 시절 한국을 갈때 한달을 가는 것 같으면 한달을 먹을 반찬을 만들어 각각 다른 용기에 담아 얼려놓거나 냉장고에 넣어두고 갔습니다. 하루하루 날짜까지 붙여놓구요. 영감이 순서대로 해서 먹으면 될텐데 제가 없으면 그 순서를 안지키고 그냥 대충 먹고 지내더군요. 공과금이나 세금같은 건 미리 체크를 써서 봉투에 넣어 우표가지 붙여두고 날짜별로 언제 보내야 한다고 리스트까지 만들어 벽에 붙여놓습니다.
이주일에 한번씩 오는 잔디깎는사람들은 현금을 줘야 하니 현금을 봉투에 넣어 날짜별로 적어놓았었습니다.
요즘은 잔디 없는 곳에 살고 한국에 가서도 인터넷으로 이곳 세금을 낼수 있으니 참 편리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이곳으로 이사온 후에는 한국가게도 많고 한국식당도 많으니 정말 걱정이 없습니다. 물론 이곳으로 온 이유중의 하나가 바로 그점이기도 하지만요.
그런데 요즘은 영감이 늙어가니 할배가 되어가는게 아니라 할매가 되어가는 것 같아요. 제가 나가서 때가 되어도 안들어올 때는 자기혼자 알아서 잘 해 먹더군요. 제대로 된 요리는 못하고 간단요리만요.
소리마당님은 요리솜씨도 수준급이시네요. 냉장고도 나름 정리(?)를 하시는 걸 보니 더 존경스럽습니다. 실은 요리하는 것보다 정리하는 것이 더 대단한 일이거든요. 추석이라 해봐야 뭐 휴일도 아니고 대단히 다를것도 없지만 지인이 떡을 두팩 갖고 와서 조금 맛보았습니다.
무아님 쇠고기국 완전 원조시네요. ㅋㅋ 무와 고기, 고춧가루를 참기름에 달달 볶다가 조선간장으로(ㅋ 너무 옛날 말인가요..국간장?) 간하고 거기에 고사리와 토란줄기...경상도 오리지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