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편지 - 소문

작성일 2013.03.29 조회수 8,440 댓글수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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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편지 - 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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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초에 시작한 촛불 시위는 광우병이 온 세계를 시끄럽게 한 시기에 수입 소로부터 자신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국민들의 평화적인 시위로 시작되었지요.

인터넷으로 그때의 상황을 지켜보던 나는, 5월 24일 다음 아고라에서 김이태 박사의 '대운하 양심선언'의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순간 그를 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생각이 든 사람이 나만이었을까요?

아마 그의 글을 읽은 사람들은 모두 다 그를 구하고 싶어했을 겁니다.

한 순간 그를 지키자는 카페가 만들어 졌으며, 작으나마 그에게 힘을 불어 넣어주려 노력했습니다.

그 노력의 하나가 '행복편지'였습니다.



이제 새로 쓰는 '행복편지'에도 일상의 이야기를 통한 행복을 써내려가겠지만, 둘째의 이야기가 자주 나올 겁니다.

둘째가 희귀 난치성 병에 걸렸지만, 오히려 나에게 희망을 주고 있기에, 그 희망을 모두와 나누고 싶기 때문입니다.

모든 부모가 다 그렇듯이 나 역시 딸바보입니다.

어려서부터 남달랐었던 둘째에게는 말 없이 기대가 참 많았었던 거 같습니다.

유치원 다닐 때, 외가에 가면 누워계신 노할머니 방에 자주 가 있었습니다.

증조 할머니 옆에 가만히 누워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지, 할머니 기저귀가 젖어서 축축해지면, 우리 몰래 기저귀를 갈아드리고, 젖은 바지도 새로 갈아 입혀드렸었습니다.

할머니께서는 자주 '나경이는 큰 인물이 될 거야." 이렇게 말씀을 하셨었지요.

나경이가 유치원 다닐 때 돌아가셨지만 말이에요.



초등학교 1학년 땐, 나경이 반에 자폐아가 있었습니다.

심한 편이라서 모든 아이들에게 많은 피해를 주어서 아이들이 피하곤 했었지만, 나경이는 1년 내내 그 아이를 자신처럼 돌봤었습니다. 

그 아이가 나경이가 없으면 울고불고 하면서 불안해 해서 3년 내내 나경이 짝지였습니다.

나경이 몸을 보면 여기저기 꼬집힌 자리가 있었지만, 한 번도 그 아이때문이라고 말하지 않더군요.

담임 선생님께서 이야기를 해주셔서 알았습니다.

특수반에 갈 때마다, 늘 다경이가 데려다줘야 했는데, 너무 가기 싫어해서 나경이를 때리고 꼬집었다고 합니다.

그럴 때마다 그 아이를 달래면서 업어서 특수반 교실로 데려다 주곤 했답니다.

담임선생님이 나에게 "나경이는 큰 인물이 될 거에요."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어제는 나경이 후배로부터 문자가 왔습니다.

학교에서 요즘 종양에 대해서 배우는데, 밀단비대증에 대해서도 배우고 있답니다.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나경이 이야기를 하면서 엉뚱한 소리들을 하더랍니다.

나경이가 자신의 얼굴이 변했고 턱이 길어졌다고 말했답니다.

아직 초기라서 아무런 변화가 없는데, 남의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낸 소문이겠지요.

누가 사귄다더라가 결혼한다더라로 소문나는 것처럼요.

나경이는 교수님께 간단한 이멜을 보냈습니다.

말단비대증에 대해 관심이 많은 교수를 위해 앞으로 꾸준히 자신의 정보 자료를 다 보내겠다고요.

그대신 학생들한테 함부로 뜬소문 내지말라고 해달라고요.

바로 교수님께서 답장을 하셨더군요.

안그래도 뜬소문일 거 같아서 페이스북으로 나경이 상태를 알아보려 노력을 했었다고 합니다.

6개월 전에 멀쩡한 얼굴을 보았었는데 그 사이에 그렇게 변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지요.

덕분에 페이스북 친구가 되어 앞으로 많은 정보를 서로 교환하기로 했습니다.

자신의 자료를 공개함으로 의학적인 연구에 보탬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대견하더군요.

많은 사람들에게 이 병의 진실을 알리고 싶은 것 같습니다.

이 병에 걸려 있으면서도 모르고 있는 사람들이 겪어야할 고통을 줄여주고 싶은 것이지요.

자신처럼 초기에 발견을 하게 되면 얼굴의 변형도 생기지 않고, 호르몬 조절도 꾸준히 하게 되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고 하면서, 말단비대증에 대한 홍보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자신의 정보자료를 후배와 교수에게 제공하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아이의 꿈은 소박하여 뉴질랜드에서의 고향인 파미에서 유치원교사를 하면서 살겠다고 합니다.

5년 동안의 의학 공부와 더불어 다재다능한 재주가 아깝다고 했더니, 그래서 더 유치원교사를 해야한다고 하더군요.

아이들과 잘 노는 선생이 되겠다고 하네요.

행복한 일을 일찍 찾은 자신이 참 행복한 사람이라고 합니다.

이런 딸이 있어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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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개 / 1페이지

히따나2님의 댓글

일찍 발견해서 치료는 물론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고 하니 얼마나 다행이에요..하지만...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니 만에 하나 그 이쁜 얼굴이 조금이라도 원래의 모습을 잃어간다해도 진정한 친구들은 피부에서 보이는 이상의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사람들이 아닐까요...그리고 '소문' 같은 것은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없어지는 것이니 그것 역시 부질없는 것이구요. 아니, 없어지지 않는다고 해도 그게 뭔 상관이겠습니까?..따님의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의연해지고  더 성숙되는 동기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히따나2님의 댓글의 댓글

이번 일을 통하여 부쩍 커 있는 아이를 보게되었습니다. 히따나님의 깊은 관심과 격려에 감사드리며, 사랑합니다.^^*

무아님의 댓글

신체적인 장애우 보다는
정신적이거나 아예 영혼의 장애인이 훨씬 많은 세상입니다
감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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