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온글! 짠~혀요!

작성일 2013.09.11 조회수 10,274 댓글수 8 추천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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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 짠~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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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름한 바지로 방닦던 아내 
 
저만치서 허름한 바지를 입고 
 
엉덩이를 들썩이며 방걸레질을 하는 아내...  
 
"여보, 점심 먹고 나서 베란다 청소 좀 같이 하자." 
 
"나 점심 약속 있어." 
 
해외출장 가 있는 친구를 팔아 한가로운 일요일, 
 
아내와 집으로부터 탈출하려 집을 나서는데 
 
양푼에 비빈 밥을 숟가락 가득 입에 넣고
 
우물거리던 아내가 나를 본다. 
 
무릎 나온 바지에 한쪽 다리를 식탁위에 
 
올려놓은 모양이 영락없이 내가 제일 싫어하는
 
아줌마 품새다.
 
"언제 들어 올 거야?" 
 
"나가봐야 알지." 
 
시무룩해 있는 아내를 뒤로하고 밖으로 나가서, 
 
친구들을 끌어 모아 술을 마셨다. 
 
밤 12시가 될 때까지 그렇게 노는 동안, 
 
아내에게 몇 번의 전화가 왔다. 
 
받지 않고 버티다가 마침내는 배터리를 빼 버렸다. 
 
그리고 새벽 1시쯤 난 조심조심 대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내가 소파에 웅크리고 누워 있었다. 
 
자나보다 생각하고 조용히 욕실로 향하는데 
 
힘없는 아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디 갔다 이제 와?" 
 
"어. 친구들이랑 술 한잔.... 어디 아파?" 
 
"낮에 비빔밥 먹은 게 얹혀 약 좀 사오라고 전화했는데..." 
 
"아... 배터리가 떨어졌어. 손 이리 내봐." 
 
여러 번 혼자 땄는지 아내의 손끝은 상처투성이였다. 
 
"이거 왜 이래? 당신이 손 땄어?" 
 
"어. 너무 답답해서..." 
 
"이 사람아! 병원을 갔어야지! 왜 이렇게 미련하냐?" 
 
나도 모르게 소리를 버럭 질렀다. 
 
여느 때 같으면, 마누라한테 미련하냐는 말이 뭐냐며 
 
대들만도 한데, 아내는 그럴 힘도 없는 모양이었다. 
 
그냥 엎드린 채, 가쁜 숨을 몰아쉬기만 했다. 
 
난 갑자기 마음이 다급해졌다. 
 
아내를 업고 병원으로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내는 응급실 진료비가 아깝다며 
 
이제 말짱해졌다고 애써 웃어 보이며 
 
검사받으라는 내 권유를 물리치고 병원을 나갔다.
 
다음날 출근하는데, 아내가 이번 추석 때 
 
친정부터 가고 싶다는 말을 꺼냈다. 
 
노발대발 하실 어머니 얘기를 꺼내며 안 된다고 했더니 
 
"30년 동안, 그만큼 이기적으로 부려먹었으면 됐잖아. 
 
그럼 당신은 당신집 가, 나는 우리집 갈 테니깐." 
 
큰소리친 대로, 아내는 추석이 되자, 
 
짐을 몽땅 싸서 친정으로 가 버렸다. 
 
나 혼자 고향집으로 내려가자, 
 
어머니는 세상천지에 며느리가 이러는 법은 
 
없다고 호통을 치셨다. 
 
결혼하고 처음. 아내가 없는 명절을 보냈다. 
 
 
집으로 돌아오자 아내는 태연하게 책을 보고 있었다. 
 
여유롭게 클래식 음악까지 틀어놓고 말이다. 
 
"당신 지금 제정신이야?" 
 
"....." 
 
"여보 만약 내가 지금 없어져도, 
 
당신도 애들도 어머님도 사는데 아무 지장 없을 거야. 
 
나 명절 때 친정에 가 있었던 거 아니야. 
 
병원에 입원해서 정밀 검사 받았어. 
 
당신이 한번 전화만 해봤어도 금방 알 수 있었을 거야. 
 
당신이 그렇게 해주길 바랐어." 
 
아내의 병은 가벼운 위염이 아니었던 것이다. 
 
난 의사의 입을 멍하게 바라보았다. 
 
'저 사람이 지금 뭐라고 말하고 있는 건가, 
 
아내가 위암이라고? 전이될 대로 전이가 돼서, 
 
더 이상 손을 쓸 수가 없다고? 
 
3개월 정도 시간이 있다고... 
 
지금, 그렇게 말하고 있지 않은가.'

 


아내와 함께 병원을 나왔다. 
 
유난히 가을 햇살이 눈부시게 맑았다. 
 
집까지 오는 동안 서로에게 한마디도 할 수가 없었다. 
 
엘리베이터에 탄 아내를 보며, 
 
앞으로 나 혼자 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에 돌아가야 한다면 어떨까를 생각했다. 
 
문을 열었을 때, 펑퍼짐한 바지를 입은 아내가 없다면, 
 
방걸레질을 하는 아내가 없다면, 
 
양푼에 밥을 비벼먹는 아내가 없다면, 
 
술 좀 그만 마시라고 잔소리해주는 아내가 없다면, 
 
나는 어떡해야 할까... 
 
아내는 함께 아이들을 보러 가자고 했다. 
 
아이들에게는 아무 말도 말아달라는 부탁과 함께. 
 
서울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이들은, 
 
갑자기 찾아온 부모가 그리 반갑지만은 않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아내는 살가워하지도 않은 아이들의 손을 잡고, 
 
공부에 관해, 건강에 관해, 수없이 해온 말들을 하고있다. 
 
아이들의 표정에 짜증이 가득한데도, 
 
아내는 그런 아이들의 얼굴을 사랑스럽게 바라보고만 있다. 
 
난 더 이상 그 얼굴을 보고 있을 수 없어서 밖으로 나왔다.
 

"여보, 집에 내려가기 전에... 
 
어디 코스모스 많이 펴 있는 데 들렀다 갈까?" 
 
"코스모스?" 
 
"그냥... 그러고 싶네. 꽃 많이 펴 있는 데 가서, 
 
꽃도 보고, 당신이랑 걷기도 하고..." 
 
 
아내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이런 걸 해보고 싶었나보다. 
 
비싼 걸 먹고, 비싼 걸 입어보는 대신, 
 
그냥 아이들 얼굴을 보고, 
 
꽃이 피어 있는 길을 나와 함께 걷고... 
 
"당신, 바쁘면 그냥 가고..." 
 
"아니야. 가자." 
 
코스모스가 들판 가득 피어있는 곳으로 왔다. 
 
아내에게 조금 두꺼운 스웨터를 입히고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여보, 나 당신한테 할 말 있어." 
 
"뭔데?" 
 
"우리 적금, 올 말에 타는 거 말고, 또 있어. 
 
3년 부은 거야. 통장, 싱크대 두 번째 서랍 안에 있어. 
 
그리구... 나 생명보험도 들었거든. 
 
재작년에 친구가 하도 들라고 해서 들었는데, 
 
잘했지 뭐. 그거 꼭 확인해 보고..." 
 
"당신 정말... 왜 그래?" 
 
"그리고 부탁 하나만 할게. 올해 적금 타면, 
 
우리 엄마 한 이백만원 만 드려. 
 
엄마 이가 안 좋으신데, 틀니 하셔야 되거든. 
 
당신도 알다시피, 우리 오빠가 능력이 안 되잖아. 부탁해." 
 
난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고 말았다. 
 
아내가 당황스러워하는 걸 알면서도, 소리 내어... 엉엉..... 
 
눈물을 흘리며 울고 말았다. 
 
이런 아내를 떠나보내고... 어떻게 살아갈까....

 

아내와 침대에 나란히 누웠다. 
 
아내가 내 손을 잡는다. 
 
요즘 들어 아내는 내 손을 잡는 걸 좋아한다. 
 
"여보, 30년 전에 당신이 프러포즈하면서 했던 말 생각나?" 
 
"내가 뭐라 그랬는데..." 
 
"사랑한다 어쩐다 그런 말, 닭살 맞아서 질색이라 그랬잖아?" 
 
"그랬나?" 
 
"그 전에도 그 후로도, 당신이 나보고 
 
사랑한다 그런 적 한 번도 없는데, 그거 알지? 
 
어쩔 땐 그런 소리 듣고 싶기도 하더라." 
 
아내는 금방 잠이 들었다. 
 
그런 아내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나도 깜박 잠이 들었다. 
일어나니 커튼이 뜯어진 창문으로, 
 
아침햇살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여보! 우리 오늘 장모님 뵈러 갈까?" 
 
"장모님 틀니... 연말까지 미룰 거 없이, 오늘 가서 해드리자." 
 
"................" 
 
"여보... 장모님이 나 가면, 좋아하실 텐데... 
 
여보, 안 일어나면, 안 간다! 여보?!..... 여보!?....." 
 
좋아하며 일어나야 할 아내가 꿈쩍도 하지 않는다. 
 
난 떨리는 손으로 아내를 흔들었다. 
 
이제 아내는 웃지도, 기뻐하지도, 잔소리 하지도 않을 것이다. 
 
난 아내 위로 무너지며 속삭였다. 사랑한다고... 
 
어젯밤... 이 얘기를 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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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개 / 1페이지

무아님의 댓글

ㅠ.ㅠ
아픔이 없는 생이 있으랴마는
하릴 없이 보내는 하루씩을 모두가 베풀 수 있다면
죽음을 눈앞에 둔자에게 용기가 될터인데...

히따나2님의 댓글

너무 착한 아내였나봐요...저는 나이가 들면서 지혜(?)로워 졌습니다. 일단 큰 지장이 없으면 무조건 이기적이 되기로 했습니다. 제 커리어를 중간에서 접었던 것이 너무 후회되거든요. 아이도 어렸고 미국은 거리가 머니까 주말부부도 힘들었구요. 그래도 시도를 좀 해보다 결국은 돈을 쪼매라도 더 버는 쪽으로 합쳐야 했습니다...그때는 당연히 했었는데 이제 세월이 가고 지들은 나름 인간행세를 하고 있는데 저는 좋은 기회 다 포기 하고 이젠 걍 사람들이 존경은 커녕 경멸까지는 아니라도 별 볼일 없이 생각하는 아지매/할매 신분이 되어버렸습니다. 뭐 이제와서 이런 얘기 해 봤자 초라한 제 모습에 더더욱 화가 나지만요. 그래서 그 화를 내는 것 자체도 자존심 상해서 그런 표시 내고 싶지도 않습니다. 엄밀하게 생각하면 결국은 그것 역시 제 선택이었으니까요. 아이에게 엄마로서 해야할 의무를 생각하지 않을수 없었기에...
윗글을 읽고 감동하는 사람들은 아직까지도 '정상' 인 사람들입니다. 저처럼 이미 꼬여버린 사람들은 위에서 나오는 착한 여자 역할은 예전에 접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죽어도 아무런 안타까움 없게 살려고 애씁니다. 남자들이 가장 비선호 하는 타입일지도 모르지만 내인생은 내가 사는 것이니 말이죠. 내가 해야할 의무는 넘치게 다 한것 같거든요. 오히려 내가 내 자신에게 잘 대접할 의무만 남아있는 것 같아서요.
최소한 상대가 내게 뭘 해줄까 하고 기다리지도 않고 또 내가 하고 싶은 건 참지도 않습니다. 남편에게서 '사랑'을 바라고 자식에게서 '효도'를 바라는 아지매들의 구차한 인생에 반기를 듭니다~남들이 나를 측은하고 불쌍하게 보고 약자로 보고 희생의 대명사로 보는 것은 더더욱 참을수 없습니다. 그런 인생 살고 싶지 않아서요.
제 상상력을 동원하자면 윗글에 나오는 남자주인공은 아내 보내고 곧 자기인생 룰루랄라 잘 살고 아내가 무릎나온 바지 입어가면서 마련해 놓은 적금들 엉뚱한 여자에게 쓸게 분명합니다. 특히 무릎나온 바지 안입는 여자들에게 쓸 확률이 더 많겠죠? 그렇게 잘사는 것이 나쁘다는건 절대 아니구요. 그렇게 하는 건 그 남자의 일이니 죽어가는 여자가 뭐라할 필요도 없구요. 여자나름 자기 인생을 담담하게 살아왔는데 그 자연적인 결과로 그렇게 되는거야 상관없지만 말이지요. 하지만 그것이 여자의 희생 위에 생기는 일이라면 여자는 잘못산 거죠. 남자가 인간이 못되어서가 아니고 그냥 조물주가 그렇게 만들어놓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걸 원망하고 왜그러냐고 따지는 건 시간낭비이고 그냥 내 단도리 내가 하겠다는 것이 요즘 아지매들의 생각일거라는 의견입니다. 내가 없어지고 나면 우주만물이 없어지는데 뭐가 중요한게 있을겁니까...
글고 뭐 사랑하고 손잡고 이런거 이제 하나도 필요치 않습니다. 우리 아지매들 그런거 귀찮습니다. 모든 것은 때가 있고 타이밍이라는게 있잖습니까? 남자들이 무지 오해하는게 하나 있는데 여자들이 '사랑한다'는 말 같은 걸 듣고 싶어한다고 착각하는 것이지요. 전혀 아니거든요. 사랑에는 의무가 따르는 법. 말로 하는건 누가 못합니까?
ㅋㅋ 구름님 글에 갑자기 제가 필요이상으로 흥분...ㅋㅋㅋ 사람들은 여자들을 너무 과대평가합니다. 그렇게 모든걸 참고 견디고 희생하고 약자이면서 또 필요할때는 강자로 기적을 이루고 남자들이 엉망진창으로 놀아도 수용하고 챙겨주고 존경하는 그런 존재로....그거 아니거든요! 아지매들도 엄청 화낼줄 알고 속으로 다 욕하고 그러거든요..물론 저는 그런 경우 속으로 하는게 아니라 다 표현하지만요...
그래서 결론은요..오늘 죽어도 아, 내하고 싶은거 하고 살았으니 지금부터 일어나는 일은 억울하지 않다 하는 맘으로 살아야 한다는거죠. 돈 남기려고 절대 하고 싶은거 참고 가족에게 보태주려 하면 안됩니다. 쓰고 남으면 주든지 말든지 해야 합니다. 참는자에게 복이 오는게 아니고 참는자에게 암이 옵니다. 왜 착한 사람에게 암이 와야 합니까?
자 오늘도 후회없는 삶을 위해 돌진~

히따나2님의 댓글의 댓글

오! 집시님 ~ 홧팅 ~ 남녀 문제를 파고들면 진짜 머리 아픕니다
나이들믄 편한게 장땡입니다
한국의 시골 노인들 (실지 제가 사는 곳 주변)은
80 넘어서도 자식들 챙기느라 고된 농사일을 하고 있습니다
젊은 자식들은 추수철되면 자가용 몰고와서
놀기삼아 조금 도우고 바리바리 싸갑니다
이웃집 어른만 하더라도 늘그막에 어깨를 다쳐
몇 번씩이나 수술했는데도 차도가 없어
소 몇마리 키우던 걸 다 팔아서 수술비로 충당했다고 합니다
한 평생 일+일 (중노동)을 하다가 가실겁니다
에헴~~~ 무자식 상팔자~~ ㅎㅎㅎㅎㅎ

히따나2님의 댓글의 댓글

사람들이 욕망을 조금씩만 줄이면 훨씬 행복합니다
집시님도 욕망을 줄였기에 대체로 평탄한(?) 삶을 사신다고 생각합니다
집시님의 인생 ㅡ 오히려 큰소리칠만 합니다
유명을 떨치는 삶보다 사람의 향기를 간직한....
저는 사이버상이지만 그 향기를 느낍니다

님의 댓글

ㅋㅋ 오늘 아침 무다이 흥분해놓고 지금 들어와 읽어보니 ㅋㅋㅋ 근데 무아님 그때 너무 영리했던 거 아니었남요? 정신을 얼마나 똑바로 차리고 있었음 여자에게 안 엮일수 있었는지...ㅋㅋㅋ

님의 댓글

애구 젊은 나이에 조국을 등지고 ....그간 고생한 거 말하려면 소리마당님의 드라마 만큼 화려하진 못하지만 한 지절복절은 합니다요. 고국의 산천들 계절따라 못느끼고 음식은 또 여름이나 겨울이나 띵띵 얼어붙은 거 녹혀먹는 이신세가 뭐가 평탄합니까? 돌아갈 고향도 없는 이 기분을 아실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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