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불출 자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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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자주 순간순간 너무 감사해서 목이 메고 코 끝이 시큰해지는 경우가 참 잦습니다.
그렇게 감사로 마음이 울먹이는 날은 어김없이 감사할 일이 일어납니다.
감사가 감사를 낳는다더니, 정말 그렇군요.
5년 전처럼 그렇게 눈물이 나고 목이 메이면서 다니는데,
이상한 것은 아이가 아픈데도 불구하고 그런다는 것입니다.
억지로 감사할 수는 없는데 말이죠.
며칠 전에도 그렇게 목이 메였는데, 영광스런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건 제 개인의 일이라서 각설하고요,
오늘은 아이들하고 메시 대학 도서실에 책 반납을 하러 갔다가 시내에 들려서 왔는데,
비바람이 왔다갔다 했었답니다.
비바람을 맞으면서 차를 몰고 메시 대학에 갔는데, 노란 나뭇잎들이 나풀나풀 날리더군요.
가을의 우아한 춤사위를 보는듯 했습니다.
그걸 보는 순간부터 감사로 코 끝이 시큰해지면서 목이 메이더군요.
옆에 아이가 앉아있지 않았다면 아마도 눈물을 줄줄 흘렸을 겁니다.
나경이가 비바람을 뚫고 달려서 건물로 들어갔다가 달려 나오는 걸 보면서도 목이 메더군요.
5년 전 한동안 감사로 울면서 다녔었는데, 그때처럼 감사로 목이 메더군요.
스쳐 지나가는 모든 것들로부터 이유 없는 감동으로 가슴이 아릿했었습니다.
그렇게 시내를 다녀왔는데, 집에 와서 메일함을 열어보니, 나경이가 다니는 대학으로부터 온 편지가 있었습니다.
나경이가 편지를 열어 보더니, 환하게 웃으면서 "엄마, 학교에서 장학금을 준다는 편지네? 장학금 신청도 하지 않았는데말야."
"각 과의 학생들 중에 두 명씩만 주는 장학금이래. $1000 이야." 이렇게 말을 하는 것입니다.
5년 동안 카이로프랙틱을 공부한 아이입니다.
성적은 우수했지만, 환자를 구하는 과목에 낙제를 한 것이었지요.
아카데미와 실습 점수는 참 좋았는데 말이죠.
이 학교에서는 그 과목이 마지막 관문인데, 그만 그 과목을 이수하지 못해서 졸업을 하지 못했습니다.
5년 동안의 공이 안타까웠지만, 아이가 카이로프랙틱 공부를 더하길 원하지 않더라고요.
의대라서 학비가 일반학교의 두 배나 되는데다 2년을 더 공부했는데,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이곳 대학은 4년제가 아니라 3년제이면서, 특수 학과들만 4년이나 5년제입니다.
그러니 두 배의 학비를 내는 5년제 학교를 다닌 나경이는 다른 학생의 세 배나 되는 학비와 공을 들인 것입니다.
대인관계를 잘하기 위해서 스시바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많은 노력을 했었지만,
그 아이에게 제일 힘든 일은 아마도 남에게 부탁이나 홍보를 하는 일이었나 봅니다.
부모 형제나 친지 하나 없는 곳에서 넉살도 좋지 못한데다, 소심하기까지 한 아이라서,
나름대로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쇼핑몰 같은 곳에서 열심히 홍보를 하였지만,
제대로 환자를 섭외하지 못한 것이었지요.
결국 적성에 맞지 않는다면서 포기를 하고 올해 새로운 공부를 시작했는데요.
입학을 앞두고 병마와 씨름을 시작하게 된 것이었지요.
워낙 희귀병이라 마음을 잘 다스리기가 버거웠을텐데, 한 번도 힘들다는 소리를 하지 않고,
밝고 명랑하게 자신의 길을 걸었답니다.
세상에나!
만약 제가 울 딸의 나이였는데다 아이의 몸 상태였다면 아마도 낙심을 해서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아이는 씩씩하고 긍정적이었습니다.
이렇게 긍정적이며 씩씩한 아이가 왜 환자 섭외를 하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더군요.
아이의 말대로 적성에 맞지 않아서 그랬을지도요.
이젠 아이가 하나도 걱정이 안 됩니다.
이렇게 긍정적인 아이라면 그까짓 병, 하나도 무섭지 않을 겁니다.
너무 밝아서 내 앞에서만 그러는 것이 아닐까? 하면서 내심 걱정이 되곤 했었습니다.
그런데 기우였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는 꼭 이겨낼 것입니다.
오늘 아침부터 감사해서 눈물이 고였던 것은 미리 감사할 일이 일어날 것을 예견한 눈물일 것입니다.
지금 역시 감사해서 눈물을 글썽이면서 글을 적고 있습니다.
감사의 해인 올해에 감사의 눈물만 흘리면서 살 것 같군요.
감사한 나날들이 벌써 느껴져서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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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지님의 댓글
무아님의 댓글의 댓글
요즘 나경이가 저에게 얼마나 든든한 딸인지 몰라요. 잘 해나갈 겁니다. 감사!! 무아님!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