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불출 자랑질

작성일 2013.04.22 조회수 10,394 댓글수 25 추천수 1

팔불출 자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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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자주 순간순간 너무 감사해서 목이 메고 코 끝이 시큰해지는 경우가 참 잦습니다.

그렇게 감사로 마음이 울먹이는 날은 어김없이 감사할 일이 일어납니다.

감사가 감사를 낳는다더니, 정말 그렇군요.

5년 전처럼 그렇게 눈물이 나고 목이 메이면서 다니는데,

이상한 것은 아이가 아픈데도 불구하고 그런다는 것입니다.

억지로 감사할 수는 없는데 말이죠.



며칠 전에도 그렇게 목이 메였는데, 영광스런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건 제 개인의 일이라서 각설하고요,

오늘은 아이들하고 메시 대학 도서실에 책 반납을 하러 갔다가 시내에 들려서 왔는데,

비바람이 왔다갔다 했었답니다. 

비바람을 맞으면서 차를 몰고 메시 대학에 갔는데, 노란 나뭇잎들이 나풀나풀 날리더군요.

가을의 우아한 춤사위를 보는듯 했습니다.

그걸 보는 순간부터 감사로 코 끝이 시큰해지면서 목이 메이더군요.

옆에 아이가 앉아있지 않았다면 아마도 눈물을 줄줄 흘렸을 겁니다.



나경이가 비바람을 뚫고 달려서 건물로 들어갔다가 달려 나오는 걸 보면서도 목이 메더군요.

5년 전 한동안 감사로 울면서 다녔었는데, 그때처럼 감사로 목이 메더군요.

스쳐 지나가는 모든 것들로부터 이유 없는 감동으로 가슴이 아릿했었습니다.

그렇게 시내를 다녀왔는데, 집에 와서 메일함을 열어보니, 나경이가 다니는 대학으로부터 온 편지가 있었습니다.

나경이가 편지를 열어 보더니, 환하게 웃으면서 "엄마, 학교에서 장학금을 준다는 편지네? 장학금 신청도 하지 않았는데말야."

"각 과의 학생들 중에 두 명씩만 주는 장학금이래. $1000 이야." 이렇게 말을 하는 것입니다.



5년 동안 카이로프랙틱을 공부한 아이입니다.

성적은 우수했지만, 환자를 구하는 과목에 낙제를 한 것이었지요.

아카데미와 실습 점수는 참 좋았는데 말이죠.

이 학교에서는 그 과목이 마지막 관문인데, 그만 그 과목을 이수하지 못해서 졸업을 하지 못했습니다.

5년 동안의 공이 안타까웠지만, 아이가 카이로프랙틱 공부를 더하길 원하지 않더라고요.

의대라서 학비가 일반학교의 두 배나 되는데다 2년을 더 공부했는데,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이곳 대학은 4년제가 아니라 3년제이면서, 특수 학과들만 4년이나 5년제입니다.

그러니 두 배의 학비를 내는 5년제 학교를 다닌 나경이는 다른 학생의 세 배나 되는 학비와 공을 들인 것입니다.



대인관계를 잘하기 위해서 스시바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많은 노력을 했었지만, 

그 아이에게 제일 힘든 일은 아마도 남에게 부탁이나 홍보를 하는 일이었나 봅니다.

부모 형제나 친지 하나 없는 곳에서 넉살도 좋지 못한데다, 소심하기까지 한 아이라서,

나름대로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쇼핑몰 같은 곳에서 열심히 홍보를 하였지만,

제대로 환자를 섭외하지 못한 것이었지요.



결국 적성에 맞지 않는다면서 포기를 하고 올해 새로운 공부를 시작했는데요.

입학을 앞두고 병마와 씨름을 시작하게 된 것이었지요.

워낙 희귀병이라 마음을 잘 다스리기가 버거웠을텐데, 한 번도 힘들다는 소리를 하지 않고,

밝고 명랑하게 자신의 길을 걸었답니다.



세상에나!

만약 제가 울 딸의 나이였는데다 아이의 몸 상태였다면 아마도 낙심을 해서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아이는 씩씩하고 긍정적이었습니다.

이렇게 긍정적이며 씩씩한 아이가 왜 환자 섭외를 하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더군요.

아이의 말대로 적성에 맞지 않아서 그랬을지도요.



이젠 아이가 하나도 걱정이 안 됩니다.

이렇게 긍정적인 아이라면 그까짓 병, 하나도 무섭지 않을 겁니다.

너무 밝아서 내 앞에서만 그러는 것이 아닐까? 하면서 내심 걱정이 되곤 했었습니다.

그런데 기우였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는 꼭 이겨낼 것입니다.



오늘 아침부터 감사해서 눈물이 고였던 것은 미리 감사할 일이 일어날 것을 예견한 눈물일 것입니다.

지금 역시 감사해서 눈물을 글썽이면서 글을 적고 있습니다.

감사의 해인 올해에 감사의 눈물만 흘리면서 살 것 같군요.

감사한 나날들이 벌써 느껴져서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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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5개 / 1페이지

뉴지님의 댓글

일주일 전에 쓴 글인데, 팔불출인 거 같아서 올리지 않다가 이제사 올립니다. 제 영광스러운 일이란 대사님의 추천으로 '민주평통해외자문위원'으로 위촉이 된 것입니다. 올 7월부터 2년동안 임기인데, 대사관의 참사관님께서 직접 집으로 전화를 하셨더군요. 거절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시골 한글학교 교장인 저를 작년 몇 번의 만남과 대화를 기억하시고, 하고 싶어하는 많은 분들을 제치고 저를 추천해주셨던 것이지요. 우리 한글학교를 많이 지원해주시는 대사님을 평소 존경하고 있긴 했지만, 이렇듯 큰 마음을 써주셨다니, 정말 너무 감사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아직도 대사님께 신년인사는 커녕 추천에 대한 감사인사도 못드렸네요. 괜히 더 쑥쓰러워서요. 마음의 부담이 크긴 합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무아님의 댓글의 댓글

대단하긴요, 대사님이 대단하신 거 같아요. 페이스북 친구이신데, 제가 그곳에 올리는 짧은 글들을 늘 읽고 계십니다. 솔직하게 일기처럼 가끔씩 적는 글인데, 한국에 계신 친지분들과 조카들에게 이곳 실정을 올리고 있는 것이지요. 그러다 보니, 꽈배기 장사부터 제 치부를 몽땅 드러내는 장소가 되었답니다. 소탈하신 대사님께서 가끔 댓글로 응원도 남겨주십니다. 그동안의 대사님들과 정말 많이 다르시더군요. 몇 번 대사님과 이야기를 나누었었는데, 참 영혼이 맑으신 분이십니다. 좋은 인연에 감사할 뿐입니다. 무아님과의 인연 역시, 감사하지요.
요즘 나경이가 저에게 얼마나 든든한 딸인지 몰라요. 잘 해나갈 겁니다. 감사!! 무아님! 사랑합니다.^^*

뉴지님의 댓글

이런...엄청 자랑질이 하고 싶었었나 봅니다..ㅎㅎㅎ
지난 번에 여기에 올려 놓고도 잊어버리고 올리다니...에고...부끄럽군요..
이젠 정신이 오락가락합니다..ㅎㅎㅎ
감사!! 사랑합니다.^^*

뉴지님의 댓글의 댓글

섹소폰을 둘러메고 시벨..을 떡주무러듯 하는, 글구 한때 탱크를
몰던 히따나 누이는 배심원 이랍니다
외쿡에서 두여인네 분들은 한국을 빛내고 계시는군요!
화이팅 입니다, ^^*

뉴지님의 댓글의 댓글

ㅋㅋ 스코어님, 배심원은 잘나서 하는건 아니고 걍 미국시민이고 영어대충 알아들으면...ㅋㅋ 근데 실은 스코어님이 저의 전직 (핵교 선생하던거 말고)을 아시면 정말 놀라실 것 같아 그건 일급 비밀입니당~

뉴지님의 댓글의 댓글

에고~ 부끄럽습니다.
따스한 울 님들 덕에 아이가 아파도 기운이 펄펄 나는군요.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무아님의 댓글

이미 아시겠지만 55년생 갑장인 히따나(집시)님은 유러파이며 5개? 국어에 능통하십니다
한땀 한땀 정성을 들여 이불을 자선하시는 분입니다

무아님의 댓글의 댓글

이불자선은 맞는데 5개국어는 무아님이 너무 강력한 표현을 하신것 같은데요....객지에서 살다보니 웡캉 여러나라사람들을 많이 대하고 그 사람들을 존중하려다보니 이것저것 걍 좀 줏어들은게 있을뿐..내놓을 실력은 아니랍니다...ㅋㅋ 아이러브유 할줄안다고 영어하는 거 아니잖아요? ㅋㅋㅋ

무아님의 댓글

자꾸 수다 떠는데 뉴지님이 뉴질랜드에서 전화를 주셨습니다 감사해효
히따나님은 1년전에 통화했구요
두 아지매 끝내죠

무아님의 댓글의 댓글

무아님 얼마전 전화한번 드렸었는데 안받으시던데요? 그때 며칠 이방 안들어오셔서 뭔일이 있나 싶어서요...ㅋㅋㅋ 아, 070 전화는 뭐 다른 특별한거라도 있나요? 무아님 전화번호가 바뀌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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