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능족발 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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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을 지내고 서울로 처음 나오는 화요일에 홍능족발집에 다녀 왔습니다.
미주님 처음 올리신 홍능족발 홍보글을 볼 때 언뜻 청량리역 근처라고 기억이 나서 지하철로 이동하기로 했지요.
먼저 확인 차 전화를 했더니 청량리 역이 아닌 당고개역이라고 합니다. ???
전화 해 보길 잘 했습니다.
족발 아무리 작은것이라도 혼자는 다 못 먹을 터, 저랑 같이 된장을 하시는 선생님께 함께 가자고 부탁드렸더니 선뜻 응하셔서 함께 동행하였습니다. 이 분은 음식솜씨 또한 뛰어 나셔서 음식평을 부탁드려 놓았습니다. 마침 당고개역 부근에 제가 처음 대금을 지도해 주신 분의 연습실이 있다는 생각을 하고는, 일단 가서 선생님에게 전화 하여 놀라게 해 드려야 겠다는 짖궂은 생각도 해 두었습니다.
길동역에서 군자역으로 해서 노원 방면으로 갈아타고 다시 노원역에서 당고개역 방향으로 갈아타고.. 오랜 만에 제 구역을 벗어난 밤 나들이가 되었습니다.
드디어 당고개 역에 하차하고, 역 바깥의 전경 - 밑으로 보이는 야경속에 홍능족발 간판을 어렵지 않게 발견합니다.
아직 초저녁이라 손님은 없었습니다. 정갈한 식탁, 그리고 친절히 맞이 하시는 식구들...
첨부한 사진이 저희가 주문한 홍능족발 큰놈입니다. 작은 놈은 돼지 뒷 다리이고 큰 놈은 앞 다리라고 하더이다.
문든 족발의 의미가 한자 발 족자 에다 다시 발을 부쳤으니 역 전앞과 같이 중복된 표현이구나....우리 사람들은 참으로 친절하게도 한자를 잘 모르는 이들을 생각해서 다시 발이라는 한글을 덧 부쳤는 모양이다 좋게 해석햇지만 이젠 '홍능족발' 네자가 그 자체로 상품화 되고 대명사가 되었으니 어색하지 않은 상호가 확실합니다.
창충동 국립극장에 공연 관람을 많이 가는 편인데 아시다 싶이, 산 기슭에 위치한 그 주위에는 서민들이 잠시 요기할 곳이 없습니다. 공연 후 셔틀버스를 타거나 걸어서 십 여분 내려 와야 하는데요, 내려오면 온 통 족발집이기도 하고 여기 까지 왔으니 구태여 다른 먹을 것을 찾을 이유가 무어 있나 당연히 장충족발집을 들르곤 하였습니다.
할매집, 원조집, 진짜 원조집, 여기가 원조할매집.... 서로 서로 원조라고 하니 나중에는 어디가 진짜 원조인 줄 모르고 적당히 자리가 비어 있는 집을 가게 됩니다.
장충독 족발이 특유의 향내가 나는 것에 비하면 우리의 홍능 족발은 아주 담백한 맛이라고 할까요. 고기 질은 아주 쫀득쪽득하니 좋으면서도 미리 짐작하고 있던 특유의 향내는 전혀 없어서 좋았습니다.
장충동이 수 많은 뜨내기 식객들을 상대하며 익숙한 몸 놀림에, 척척 쏟아져 나오는 재빠른 손 동작이라고 한다면 홍능족발은 한 사람의 손님을 잘 맞이 해야 겠다는 조심스런 마음이 느껴지는 정이 담긴 손길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우리의 음식 도사님도 맛을 보시고는 '담백하다' 좋다고 눈짓을 하십니다.
제가 소주 두병, 우리 음식도사님은 맥주 한 병을 마시고, 공기밥 하나 시켜 나눠먹고, 다시 다른 음식이 무어 있는고 보았더니 쟁반국수가 있는데 도저히 다 못 먹을 것 같아, 막국수 한 그릇 시켜서 나눠 먹고, 족발은 먹다 먹다 다 못 먹고 몇 점 남기고 왔습니다.
깜짝 쇼의 대상이던 우리 옛 선생님 계셨으면, 원캉 술을 즐기시는 분이라 밤 늦도록 자리를 하리라 했던 짐작은 선생님의 부재로 .. 둘이 먹을것 다 먹고, 술도 어지간이 취해 오고...
그렇게 우리 미주님의 홍능족발을 뒤로하고 다시 연습실로 왔습니다.
우리의 음식 도사님 평으로는 , 우선 모든 음식이 집에서 직접 만든 맛이다라고 칭찬하더이다. 요즘의 음식점들 거의 모두가 반찬을 직접하지 않고 김치는 거의 중국산, 그외 동치미 등은 모두 반찬 재료 회사들에게서 공급을 받고 있는터라 이 집이나 저 집이나 유명한 집이나 모두 다 똑 같은 맛인데.. 한 번에 알아 보더군요.
족발에 없어서는 안될 새우젓, 이 또한 어떤 곳은 꼬리꼬리한 냄새가 몸에 벨 정도로 너무 진한 곳도 있는데 적당히 고소하고 짭조롬하니 참 좋다고 하더이다.
혹 남도 분들이신가? 서울 음식점에서는 맛 보기 힘든 묵은지도 맛있었습니다.
또한 덤으로 주신 갓 김치 .. 역시 남도 분들이 내시는 그 맛 그대로 였습니다.
매사에 친절하시고 너그러운 손을 가진 저 분이 사모님이신 모양이다... 돌아와 컴을 열고 홍보사진을 다시 보니, 어떤 텔런트와 함께 앉아 계신 저 분이 아까 친절하게 써빙하신 그 분이 맞구나 .. 제 짐작이 맞은 듯 합니다.
또 한분 얼굴이 동그랗다고 기억되는 분도 좋으셨는데.. 뉘시라고 소개 했는지 기억이 안 납니다.
너무 칭찬 일색이시면 의례적인 말로 들으실까 보아 우리 음식 도사님의 결정적인 마지막 멘트를 올립니다.
'음식맛 좋고, 집에서 담근 반찬들 믿음이 가고, 또 친절하고 다 좋은데... 뭔가 2% 부족한 느낌이 든다' 라고 하십니다.
우린 줄곧 뭔가 꽉 차지 않은 느낌- 그 2%의 원인이 어디에 있을까? 이런 저런 트집거리를 잡으려고, 들어 갈 때 부터 나올 때 까지 모든 상황을 되짚어 보았지만 ... 찾지 못했습니다. 맛은 분명 좋으니 제외인것은 확실합니다. 그렇다면, 인테리어?, 분위기?, 푸짐하지 않은 느낌?? 소품들? ??? 제가 파워블로거가 못 되니 도움이 될 만한 단서를 꼭 꼬집지 못해 죄송합니다.
어쨋든 외식 업소의 가장 큰 요소인 '맛과 사람'은 부족함이 없으니 '다시 찾고 싶은 집'은 확실하며, 이 숙제는 다음에 찾도록 하겠습니다.
미주님, 혹 폐가 될까 봐 몰래 갖다 왔습니다. 용서하시고. 다음에 꼭 한 잔 하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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