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루세 미키오 (成瀬巳喜男, 1905~1969) 감독과…

작성일 2018.08.31 조회수 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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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세 미키오 (成瀬巳喜男, 1905~1969) 감독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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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세 미키오 (成瀬巳喜男, 1905~1969) 감독과 타카미네 히데코 (高峰秀子, 1924~2010) 여배우가 함께 만든 영화 세편을 보았습니다. 

1. 흐트러지다 
2. 부운 (뜬구름)
3. 여자가 계단을 올라갈 때

1955년에서 1965년 사이에 나온 영화들이니 그야말로 옛날 영화들입니다만 클래식 음악처럼 품격이 넘치는 정말 멋진 영화들입니다. 그 시절의 일본 영화들이 그 시절의 미국 영화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것을 보면 우리가 몰랐던 일본의 저력이 대단했던 것 같습니다. 

일본영화를 보면서 자주 놀라게 되는 것은 그 출발점입니다. 할아버지가 남긴 어린애, 아빠가 사고쳐서 감춰둔 어린애, 엄마가 버린 애들 등 막장으로 시작하는 영화나 드라마가 참 많습니다. 나루세 감독의 이 영화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형수를 사랑한 시동생, 전쟁 중에 해외에서 맺어진 처녀와 유부남의 불륜, 살롱 마담의 사랑 등 주제는 사랑이지만 스토리의 출발점은 대체로 막장 상황이지요. 그런데 극의 전개는 막장은 커녕 지존입니다. 진흙에서 연꽃이 피듯 막장 상황은 파헤치지 않는 상태에서 고결하고 숭고한 사랑이 꽃핍니다. 그리고 관객의 심금을 울립니다. 그리고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하나 더 신기한 것은 남성과 여성의 성역할입니다. 일본은 제가 보기에는 한국보다 더 심한 남성중심의 사회입니다만 영화를 통해 보여주는 일본 남성은 그저 껄떡꾼들입니다. 아무리 그럴싸해도 남자란 어떻게든 한번 해보려는 수작을 그치지 않는 음흉한 속물들이며 손에 닿는대로 사고나 쳐대는 저질의 짐승으로 보입니다. 그 짐승성을 뻔히 알면서도 사랑으로 남성을 용납하는 일본 여성들은 사랑을 통해 자기 자신뿐 아니라 남성까지 구원하는 사랑의 여신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남성은 군림하며 속썩이고 제멋대로 놀지만 실제로 승리하는 것은 여성이 되는 구도지요. 아주 절묘하고도 신기한 영화적 타협입니다.

타카미네 히데코는 젊은 날의 엄앵란씨와 홍세미씨를 섞어놓은 듯한 분위기인데... 연기도 잘하지만 아름답고 사랑스럽습니다. 2010년에 8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지만 그 아름다운 모습을 영화로 남겨두어 후세에도 볼 수 있으니 다행입니다. 영화들이 하도 좋아 한번 보았지만 앞으로도 자주 찾게되지 않을까 혼자 생각해봅니다. 이 글을 쓰는 동안 8월의 마지막 날의 동이 트네요. 낮에는 또 덥겠지만 아침은 더 없이 상쾌합니다. 아름다운 하루... 즐거운 금요일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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