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작성자 히따나2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아이피 76.♡.227.17
작성일 2014.12.10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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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연말이 되었네요. 이곳에는 한국인들이 많이 살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양로병원도 한국인들만 있는 곳들이 여기저기 꽤 있습니다. 우리 밴드의 실력(?)이 실력인지라 어디 중앙무대를 진출 할 정도는 아직도 아니고 모두들 하는 말이 "좀 연습해서 양로병원에 가서 봉사도 하고..." 입니다.<div><br /></div><div>그래서 며칠전 부랴부랴 캐롤송 열곡 정도를 대충 좀 쉽게 리어래인쥐를 해서 몇주 연습을 했습니다. 아침에 11명이 (대원모두는 23명인데 오늘이 화요일 아침인지라 생업이 있으신 분들은 참석 못하시고) 가서 예년과 다름없이 연주를 하였습니다. 한국의 양로병원도 비슷하겠지만 대부분은 할머니들이고 휠체어에 앉아계십니다. 표정은 그냥 무표정....어떻게 보면 정신도 반은 몸에 들어 있지만 반은 이미 어디로 나간 것 같은 생각도 듭니다. 어쩌면 멀쩡하던 사람도 거기에 들어가고 나면 그냥 무기력해지고 수동적이 되어버리는지도 모르겠습니다.</div><div><br /></div><div>스테프들이 각방 돌아다니면서 그나마 휠체어에라도 앉아계실수 있는 분들을 다 모셔서 응접실같은 곳에 집합(?)을 시켜놓았지만 정작 모이신 여러 할머니들은 모두 제각기 뭘 생각하고 계시는지 다른 사람들과의 교감은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자기만의 세상에 계신 것 같기도 합니다. 저는 잘은 모르나 얘기를 듣기로는 노인이 되어 나오는 돈이 일인당 800불인데 이런 양로병원에 들어오게 되면 1000불이 되고 그 천불은 양로병원에서 받고 그대신 당사자는 거기서 숙식모두 해결하고 몸이 아프면 진료도 모두 무료라고 하네요. </div><div><br /></div><div>800불을 가지고 혼자서 사는 것은 거의 불가능이지요. 집이 없으면 렌트비가 800불로서는 어렵고....집이 있을 경우라도 세금과 공과금,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기가 시장을 가서 음식을 사먹든지 재료를 사야하는데 그것도 운전을 안하면 불가능한 일, 그리고 운전을 한다면 차부터 시작해 기름값 보험등등....여러가지로 우울한 계산만 나올뿐이니 그런 양로병원에 들어가는 것이 더 논리적으로 맞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div><div><br /></div><div>그런데도 가서 볼때마다 왜 그런지 '이런 곳에는 오고 싶지 않다' 는 마음이 더 강력하게 듭니다. 저는 한국에 계신 친정어머님이 요양원에 계십니다. 계신지 10년까지는 안되지만 5년은 넘은 것 같습니다. 가서 보면 이곳과 비슷합니다. 표정없는 할머니들....그리고 약간은 무섭기까지한 얼굴들...죽음의 그림자들이 드리웠다 생각하니 더 그런 맘이 드는 것인지...이러다 결국 돌아가시면 죄책감은 남은 자식들 몫이겠지요. </div><div><br /></div><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6.7999992370605px;">젊으신 분들이 읽으시면서는 너무 거리가 먼 이야기일 수도 있겠군요. 그런데 세월이 너무 빨리 가고 말더이다. 그렇게 희망과 목표를 가지고 '난 안 그럴거야 난 열심히 살거야 열심히 살면 잘 될수 있어' 하는 마음을 가졌던 것이 엊그제 같건만 지나보니 제 자신 역시 남과 별로 다르지 않고 오히려 더 어리석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span></div><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6.7999992370605px;"><br /></span></div><div><div style="font-size:12px;line-height:16.7999992370605px;">돌아오면서 모두들 '이상적'으로 늙어 죽는 일은 뭘까하는 생각들을 많이 하더군요. 말을 해보니 뭐하겠습니까? 맘대로 안되는 거 당연히 알면서...</div><div style="font-size:12px;line-height:16.7999992370605px;"><br /></div></div><div><br /></div><div><br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