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뇌하수체 선종을 이기는 사람들'카페에 들어가서 이런저런 정보를 보고 있습니다.
뇌하수체에 혹이 생겨서 제 기능을 못하니, 호르몬 분비가 엉망이 되어 여러가지 병으로 고생들을 하더군요.
우리에게 호르몬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얼마 전 말단비대증을 앓고 있는 25세의 청년이 카페에 들어왔습니다.
군대에 들어갔을 때부터 손과 발이 커지고, 얼굴이 우락부락해져서 이상하게 느꼈지만,
워낙 험한 일을 많이 하니까 그려려니 하면서 제대할 날만 기다렸었답니다.
제대를 하고 나서 지인들을 만났을 때, 모두들 얼굴이 변했다고 하면서 놀렸다네요.
눈썹이 있는 곳의 뼈와 광대뼈가 튀어나오고, 턱도 주걱턱처럼 튀어나오고 길어진데다,
콧망울도 옆으로 벌어지면서 커지고, 얼굴까지 길어지면서 커졌답니다.
술좌석에 있을 때마다 얼굴이 못생겨졌다는 말을 안주삼아 하고,
그럴 때마다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고 합니다.
피붙이라고는 누나 한명만 있는데다 돈이 없어서 대학도 겨우겨우 졸업을 했다고 합니다.
뇌하수체에 종양이 있고 그 종양때문에 성장호르몬이 과다분비를 하는 말단비대증에 걸린 걸 알자
카페에 찾아와서 자신의 상황을 이야기 하면서 이런저런 정보를 구했습니다.
카페의 환우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들을 그 청년에게 전해주면서 위로를 해주었습니다.
대부분 자신의 얼굴을 잃어버린 사람들이라서 청년의 글에 공감이 컸습니다.
드디어 청년은 3년 전과 현재 자신의 얼굴을 사진으로 공개를 했습니다.
3년 전 얼굴은 귀엽고 밝고 잘생긴 얼굴이었는데, 지금의 얼굴은 우울하고 슬픈 얼굴이었습니다.
내 눈에는 그저 3년이란 세월의 흔적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는데,
청년은 자신의 외모 변화때문에 커다란 혼란을 겪으면서 지냈다고 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병명을 알았으니, 최선을 다하여 치료를 하고 완치를 하도록 노력하겠답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기에 다행으로 여겼지만,
외모지상주의인 한국에서 말단비대증을 앓고 있는 환우들에게 안스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들은 몸의 건강이 악화되는 것 이상으로 외모의 변화에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니 말입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그 청년에게 한마디 하고 왔습니다.
"외모 지상주의 한국에서 사시기에 스트레스가 더 심하셨을 겁니다. 만약 주위의 사람들이 님께서 말단비대증을 앓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그렇게 심하게 굴지는 않았을 겁니다. 워낙 귀엽고 준수한 외모였었기에, 장난조로 술자리에서도 씹었을 겁니다. 나쁜 의도로 그런 것이 아닐테니, 그들을 용서해주세요. 그리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세요. 사진을 보니, 예전의 훈훈한 인상은 사라졌으나 아직 준수한 외모이십니다. 얼굴은 마음과 연결이 되어 있어서 마음이 편하면 얼굴 표정도 편하고 아름다워집니다. 앞으로 점점 더 멋있어질 일밖에 안 남았네요. 응원 합니다..화이팅~~ 사랑합니다.^^*"
" 말단비대증은 아주 서서히 진행이 되는 병입니다. 그래서 빠르게 외모가 바뀌는 병이 아니에요."
"그런데 한국의 젊은 환자들이 얼굴이 빠르게 변한다면서 고민하던데요?"
"그건 단지 환자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 뿐입니다. 40대에 발견한 환자들 중 20대 초반부터 걸려있는 환자들이 많아요."
"너무 서서히 진행이 되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나서야 알게 되는 병이랍니다.
몸이 다 망가진 다음에 병명을 알게 되어 일찍 사망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초기에 발견하면 건강하게 살 수 있어요."
"수술을 하기 전에 종양을 줄이는 주사를 하루에 두 번씩 매일 맞도록 해요.
아직 종양이 작으니 수술 하기 전에 종양을 조금 줄여 주게 되면 완전히 제거할 수 있어요.
다행히 안전한 곳에 위치하고 있어서 완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수술을 하고 나면 손가락 굵기도 가늘어지고, 붓기도 빠지고, 얼굴도 작아질 것입니다."
이곳 의사가 하는 말과 카페에서의 환우들이 하는 이야기가 조금씩 다르지만,
의사의 말과 긍정적인 아이의 생각이 수술을 성공적으로 이끌것으로 인정합니다.
무상 치료 환자를 한 시간씩이나 자상하게 설명을 해주는 의사가 있어 감사하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성공만 생각하는 긍정적인 아이가 있어 행복합니다.
내일, 오후 1시에 파머스톤 노스 종합병원에 간호사를 만나러 갑니다.
간호사가 혼자서 배에 주사를 놓는 법을 가르쳐 주기로 했으니까요.
앞으로 아이가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 스스로 해야할 일이 점점 더 늘어나지만,
짜증 한 번 안 내고, 약 한 번 안 거르고, 벙긋거리면서 지내니,
옆에서 바라보기에 흐믓하고 대견하기만 합니다.
올해 초하룻 날 해돋이를 보면서 '감사의 해'이길 소원했는데,
이래도 감사하고 저래도 감사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감사하기만 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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