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월에 둘째딸이 뇌하수체 선종으로 인한 말단비대증이란 희귀 난치병 판명을 받았습니다.
100만명 중에 40~60명이 걸리는 병으로 과다 성장호르몬 분비로 인하여 손과 발, 코와 입술 광대뼈 턱뼈...들이 자라는 병이며, 자신 본래의 얼굴을 잃어버리는 아픔과 동시에 장기의 비대로 인해 생명의 단축이 오는 병입니다.
다행히 둘째는 초기에 발견을 한 경우이므로 외모의 변화는 보이지 않으나 빠른 수술을 요하고 있습니다.
뇌하수체 선종때문에 갑상선까지 기능이 저하까지 왔으나, 아이가 전혀 겁을 내지 않고 있으며, 꼭 완치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수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초기에 발견하여 꾸준한 진료와 검진을 하면서 살면 정상인과 같은 생활을 할 수 있는 병입니다.
한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행복편지' 쓰기를 게을리 하고 있었는데, 아이를 위해서 그리고 시련 속에 있는 사람들, 행복한 사람들과 저를 위하여 새로운 마음으로 '행복편지'를 쓰기 시작하였습니다.
지구의 모든 사람들이 건강하게 행복하게 살기를 소원하며 뮤지아에 '행복편지'를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요즘 둘째와 둘이서 저녁마다 산책을 함께 합니다.
새벽에는 아이가 혼자서 달리지만, 저녁에는 겁이 많은 관계로 엄마랑 함께 산책을 하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나는 아이랑 함께 걸으면서 아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참 좋군요.
결혼 전에는 남편과 함께 걸으면서 데이트를 했었는데, 요즘엔 둘째와 데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걷는 데이트는 정말 행복하고 즐겁습니다.
한동안 혼자만의 산책을 즐겼었습니다.
혼자라고 하지만, 숲 속의 풀들과 야생화 그리고 나무들을 바라보면서 걸었기에 혼자가 아니긴 했지요.
내 앞에서 톡톡 뛰어가는 새들을 보면서, 얼굴에 척척 걸리는 거미줄을 거두면서 새벽 이슬 속을 거닐었었습니다.
내 마음과 하나인 하늘을 느끼면서, 촉촉한 안개비의 감촉을 즐기면서, 보랏빛 야생화들에게 인사를 하면서, 민들레 홀씨와 함께 가벼운 산책을 하곤 했습니다.
덕분에 기쁨의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었습니다.
요즘 아이와 함께 산책을 하면서 혼자만의 산책과 또 다른 행복을 느끼고 있습니다.
아픈 아이와 함께 하는 산책이 뭐가 그리 행복하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자신의 아픔을 고통으로 여기지 않는 아이와 함께 자신과 가족 그리고 세상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걷는 것도 커다란 행복입니다.
아이에게선 온화하고 밝고 편안한 기운이 발산이 됩니다.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불안이 전혀 없어 보여서, 함께 걸으면서 그 기운을 오히려 내가 흡수하고 있더라고요.
얼마나 감사한지, 맨 처음 나 혼자 산책을 하면서 가슴이 뿌듯했었던 그때가 떠올랐습니다.
아이가 산책을 하는 시간만큼은 하늘이 비도 내려주지 않습니다.
5년 전 내가 산책을 시작 했었을 그때처럼 하늘이 아이와 함께 하고 있더라고요.
그때 하늘은 내 마음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으며, 매일매일 작은 기적을 내려주었었습니다.
그때가 기억이 나는 건, 요즘의 하늘이 아이에게 그러하기 때문입니다.
아이의 표정에서 그 모든 것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그때의 나처럼 아이의 가슴이 뿌듯하고 행복할 거란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희귀병이 걸린 상황에 기뻐서 눈물을 흘릴 사람이라면 성인이겠지요.
하지만 다른 빛깔의 행복이 선명하게 아이의 얼굴에 나타납니다.
그 빛이 눈부셔서 가슴이 뭉클합니다.
지금, 아이를 성당에 데려다주고 와서 행복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성당에서 피아노를 치면서 행복해할 아이를 생각하면서, 아이의 삶이 행복 그 자체이길 바랍니다.
아울러 우리 모두에게 늘 행복이 함께 하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