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함께하는 커피 한 잔, 북치는 카페 사장 홍상봉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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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함께하는 커피 한 잔, 북치는 카페 사장 홍상봉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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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성, 침례신학대학교 맞은편엔 ‘커피&樂’이라는 카페가 있다. 50대 부부인 남편 홍상봉씨(59)와 아내 최병숙씨(54)가 올 3월 문을 연 카페다. 커피와 음악이 있는 카페. 간판만 보면 그리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카페처럼 보이지만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와락 안겨드는 커피 향과 함께 한쪽에 자리 잡고 있는 악기들이 눈에 들어온다. 부부가 일상을 보내고 있는 이곳은 음악을 좋아하는 홍상봉씨의 취미에서 시작된 공간이다.

[노후를 책임지는 취미]음악과 함께하는 커피 한 잔, 북치는 카페 사장 홍상봉씨

[노후를 책임지는 취미]음악과 함께하는 커피 한 잔, 북치는 카페 사장 홍상봉씨

“제가 ‘쎄씨봉’ 세대예요. 학창 시절부터 통기타를 치며 노래 부르는 걸 좋아했는데 10년 전쯤 인터넷을 통해 ‘젬베’라는 악기를 알게 됐어요. 나무를 깎은 통에 동물 가죽을 씌워 만든 아프리카 민속 타악기인데 두드리는 게 저랑 맞더라고요. 푹 빠져버렸죠.”

악기에 대해 설명하는 그의 눈빛에 어린아이처럼 생기가 가득하다. 10년 전이면 40대 후반. 한창 취미 겸 노후에 할 수 있는 일을 탐색하던 시기였다. ‘젬베’의 매력에 빠져든 뒤 평범한 회사원 홍상봉씨의 이중생활이 시작됐다. 회사일이 끝난 뒤 집에 들어와 새벽 2, 3시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연습 삼매경이었다. 인터넷 동영상을 보며 하나하나 배우고 소리를 만들어가는 재미에 빠져 밤새는 줄도 몰랐다니, “학창 시절 공부를 그렇게 했다면 지금 여기서 나를 못 만났을 것이다”라는 그의 농담이 빈말이 아니다. 이 카페도 처음엔 지인들과 함께할 음악 연습실을 차려볼 생각에서 연 것이었다.

“음악 연습실을 구하려고 여기저기를 다니다가 발견한 곳이에요. 보통 음악 연습실은 지하에 있는 경우가 많은데 1층이라는 것이 마음에 들었죠. 월 임대료가 비싸지 않을까 걱정도 했지만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건물주에게 연락을 했어요. ‘여기서 뭐 하실 거에요?’라는 물음에 불쑥 ‘커피’라는 말이 튀어나오더라고요.”

사실 언젠가 작은 커피 가게를 차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그건 퇴직하고 5, 6년 뒤쯤으로 생각하고 있던 일이었다. 예상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공간을 얻으며 부부의 계획이 5년이나 앞당겨지게 된 것이다. 장사 한 번 해보지 않았던 두 사람이기에 처음엔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막막하기도 했지만 욕심 부리지 않고 마음을 가볍게 먹기로 했다. 큰돈을 벌 목적이 아닌, 좋아하는 취미를 공유하고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자는 계획이었다.

“웬만한 인테리어는 모두 직접 했어요. 복잡한 전기 시설이나 벽에 걸 사진 등은 지인들의 도움을 받았고요. 거하게 하겠다는 욕심을 버리니 생각보다 어렵지 않더라고요.”

카페를 준비하며 그에게는 ‘커피’라는 새로운 취미가 추가됐다. 무언가에 관심이 생기면 궁금증이 풀릴 때까지 혼자 공부하고 파고드는 ‘독학’ 스타일. 커피 역시 인터넷을 뒤져가며 공부했다. 사실 카페를 차리기 전 홍상봉씨는 ‘다방 커피 마니아’였다고. 커피 그 자체의 맛을 즐기기보다는 프림이나 설탕이 많이 들어간 커피를 좋아했다. 카페를 준비하며 커피의 세계에 눈을 뜬 것이다.

“어느 날 지인이 커피 한 잔을 줬는데 쓴 거예요. 그런데 마시다 보니 맛이 들려버렸어요. ‘와, 이거 오묘하다’ 했죠. 알면 알수록 커피도 참 신세계더라고요.”

이곳의 커피 메뉴는 케냐, 에티오피아, 과테말라, 인도네시아산 딱 4가지다. 모두 핸드 드립으로 추출한다. 소중한 지인들과 손님들에게 대접할 커피이니 좋은 원두로 정성을 담아 내린다. 취미를 통해 만난 이들은 카페의 단골손님이 됐다. 음악과 커피, 홍상봉씨의 취미는 그의 새로운 인생이자 사람들을 만나는 매개체가 된 셈이다. 밤낮 할 것 없이 젬베를 두드리던 남편에게 맘 놓고 연주할 수 있는 놀이터가 생겼으니 아내에게도 잘된 일이다. ‘듣는 데는 99단’인 아내라니, 천생연분이 따로 없다.

“젊은 친구들과 어울려 공연을 하다 보면 열아홉 아들뻘 되는 친구도 저에게 ‘형님’이라고 해요. 음악에는 나이가 따로 없으니까요. 음악뿐만 아니라 취미와 열정을 나누는 사람들에게는 벽이 없어요. 나이가 들수록 스스로나 사회적으로도 벽이 많이 생기잖아요. 그런 면에서 취미는 사람들 간의 벽을 허무는 좋은 매개체가 돼요. 흔히 취미 생활을 하려면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거기에 너무 얽매이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시간은 조금만 부지런하면 낼 수 있고, 돈은 욕심을 줄이면 충분히 풍요로워집니다. 노후 대책을 꼭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생각하지 마시고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통해 자신만의 컨셉트를 가지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손님이 많이 오는 것도 바라지 않는다. 카페를 찾는 사람들과 즐겁게 음악하면서 아내와 저녁상에 구수한 된장찌개 한 그릇 나눠 먹을 수 있을 정도만 되면 더 바랄 게 없다는 그의 얼굴에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그에게 취미는 어떤 의미일까?

“인생의 활력소이자 평생 함께할 친구가 아닐까 싶어요. 가끔은 가족이나 가까운 이들에게도 말 못하는 걱정거리가 있잖아요. 그런 걱정과 잡념을 사라지게 하는 존재죠. 이런 말 하면 좀 그렇지만, 마누라, 귀 닫아! 마누라보다 좋아(웃음).”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김성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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