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가을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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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가을학기

히따나2 13 2781 0 0
이삼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 일년에 두번씩을 왔다갔다 했었습니다. 이유는 지난 30년간 자주 못갔던 그 한(?)을 풀고 싶어서였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생전 첨보는 오토하프라는 악기를 (한국에서 말하는 크로마하프...좀 하다보니....솔직히 기타에 비하면 아주 제약이 많죠...코로마하프를 비하하려는 말은 절대아니구요) 접하게 되었고 그 바람에 시벨리우스를 쪼끔 배우게 되었습니다 (무아님 감사!).

그러다 역시 우연히 잠깐 이곳에 머물렀던 색소폰전공하는 한국 유학생을 만났고 작년 2월 급기야 알토색소폰을 사고 레슨을 받으면서 이곳 한국인들이 하는 (완전 병아리)밴드에서 하는 일주일에 한번 있는 연습에 참석을 하게 되었습니다. 정기적으로 오는 사람들은 열명에서 열세명정도 인데 장년/노년들이고 다들 먹고 사느라 바쁜 사람들이라 열심히 연습을 한다거나 악보를 공부하고 온다거나 뭐 이런건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초보들인데 레슨을 할 형편(레슨비 보통 한시간에 50불 내지 60불)도 시간도 안되어서 그냥 막무가내로 부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어떻게 보면 레슨의 중요성을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탓도 있겠지요. 저만 빼고는 다 교인들이라 교회빌딩을 빌려서 연습하는데 회비를 조금씩 내어(한사람이 한달에 40불씩) 지휘자 선생님에게 교통비/수고비(500불)를 드리고 있습니다. 지휘자 선생님 역시 봉사차원에서 해주십니다. 이런 소모임이 심심찮게 있는데 대부분은 그냥 아저씨/할배들이 색소폰이 배우기 쉬운 악기라고 알고 무조건 사기만 하면 그담날 돌아와요 부산항에 정도는 불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분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본인들은 악보도 제대로 읽지 못하시면서도 말이죠. 하긴 뭐 음악으로 인해 인생이 즐거우면 그걸로 된거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지난 3년간 여러 사정으로 지휘자 선생님이 두어번 바뀌었습니다 (지휘자 선생님들이 이것을 생업으로 하시는 것이 아니다보니). 그런데 첨부터 선생님이 악보를 가져오시면 제가 시벨리우스로 총보를 만들었습니다. 하모니 없이 멜로디만 연주하는 것도 있으니 그냥 이조만 해도 되는 것도 있습니다. 선생님들이 시벨리우스를 하시는 분들이 아니시고 손으로 그린 악보를 갖고 오니 안그래도 잘 못부는데 혼란스런 악보를 보니 머리에 쥐날라 그러고 또 프린트 된 악보를 가져오셔도 우리 밴드 악기 구성에 맞게 이조도 해야 하는 등 여러가지 상황으로 제가 하지 않을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주로 곡들이 복음성가나 찬송가들이 대부분이라 개인적으로 썩 내키는 건 아닙니다. 저는 재즈타입으로 연주하는 것이 제 목표거든요. 찰리 파커나 마일스 데이비스같이 말이죠. ㅋㅋㅋ 다음 세상에서는 가능할라나....그런데 여긴 모두가 교인이니 자기들 아는 찬송가가 젤 만만하고 또 멜로디를 안답시고 편곡 무시하고 막 물어대는 경우에도 별 무리가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많죠. 구역예배 할매할배들 노래하는 스타일로 불어서 저는 돌기 직전이지만요...ㅋㅋ

그래서 생각하다가 이곳 대학 음악과에 마침 밴드클래스가 있어서 작년부터 등록을 해서 클래스를 듣기 시작했죠. 밴드클래스는 50여명으로 반은 음대생이고 반은 저같은 늙은 학생들입니다. 늙은 학생들은 대부분 전직이 음악선생님이거나 취미로 하는 사람들이죠. 정식 파트타임 학생으로 등록를 해서 듣거나 청강을 합니다. 악기를 배우거나 레슨을 해주는게 아니고 일주일에 한번 3시간 리허설입니다. 학기말에는 공연을 합니다. 제가 젤 못합니다. 그래도 지난학기 질기게 살아남았습니다.

언제 어떻게 잘 부느냐가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게 언제 안부느냐였습니다. 불지 말아야 할때를 아는 것이 더 힘들더군요. 도데체 박자가 장난 아니라서 잠깐만 정신놓으면 완전 김밥 옆구리 터지는 소리가 언제 나올지 몰라서 말입니다. 학기초에 그 학기에 연주할 15곡 정도를 CD로 줍니다. 자기 파트악보 뿐이니까 전체곡을 들으면서 자기 파트를 더 공부하는 것이 원래는 그 취지인데 저는 들어도 아직 악기 구분도 잘 안되어 오리무중일 때가 더 많습니다. 그래서 교수님께 제가 이런 고충이 있는데 악기 연습하는 외에 다른 뭘 더 하면 내게 도움이 되겠습니까 하고 여쭈었더니 타악기 앙상블 클래스가 있으니 거기가서 연습하면 리듬과 박자공부 도움된다고 하시더군요.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타악기 앙상블 클래스에도 등록을 해서 이제 2주째입니다. 드럼종류, 마림바종류, 실로폰종류, 벨, 차임, 끌라베, 구이로...뭐 생전 첨보는 희한한 악기(악기라고 해야할지 장난감이라고 해야할지 이상하게 생긴것들)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이 클래스는 앙상블이라 학생이 10명 정도입니다. 모두들 장래 드러머들인 것 같더군요. 난리도 아닙니다. 그래서 못하면 더 표시가 잘납니다. 몇곡을 연주하는데 그 곡마다 악기가 바뀝니다. 곡에 따라 악기구성이 다르니까요. 근데 한곡은 제가 구이로를 하고 한곡은 벨(제가 보기에는 큰 실로폰같이 생겼습니다)을 하게 되었는데 이 구이로가 생각보다 까다롭네요. 한국의 길쭉한 바가지같은데다 빨래판처럼 그루브를 만들어놓고 긁어대는 것입니다. 쉬운것 같이 보이는데 손이 왜 그렇게 빨리 안돌아가는지...말그대로 바가지를 긁는 건데...그렇다면 제 전문인데 왜 안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라틴 박자라서 제가 익숙지 못해서인가봐요. 들을때는 좋았는데 하기는쉽지 않네요. 어려서 실로폰 해보고 첨하는거라 벨 도 만만치는 않지만 그래도 구이로가 더 어렵네요.

말로 리듬을 외운다고 따따 따따 딴 따다다..뭐 어쩌고 해도 잘 안되어 어제저녁에는 클래스 마치고 와서 구이로 악보를 시벨리우스에다 일단 입력을 해서 속도를 늦추었다 빠르게 했다 하면서 들어보았습니다. 대충 그 감각을 좀 익히려구요. 라틴 박자는 마디선의 경계도 없는것 같고 사분의 사박자도 그렇게 안들리고....음악을 들을때는몰랐는데 연주를 하려니 쉽지 않네요. 게다가 빠른부분에서 구이로 솔로가 있어서 완전 스트레스입니다. 다음 클래스까지 일주일 남았으니 매일 듣고 말로라도 따라하다보면 좀 괜찮아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고 노력해 봐야겠습니다.

밴드에서 색소폰 제대로 불려고 시작했는데 지금 타악기 앙상블이 더 큰 일이 되었습니다.. 여러 음악선배님들 제 얘기 참 한심하지요? 구이로 악보를 옮기다보니 피치위에 스타카토나 악센트같은 거 외에 U, D, J  뭐 이런게 있는데 U는 업, D는 다운으로 긁으라는 거지 싶은데 J는 뭔지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연주하는 테크닉인 것 같긴한데...ㅋㅋ

이번 학기 제대로 살아남을지 걱정입니다. 즐겁긴 한데..교수님은 걱정말고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하지만... 남에게 민폐줄까봐서요. 이래서 그 가고 싶은 한국도 지금 몇번 놓치고 있습니다. 한국도 못가면서 이리 뭘 해보겠다고 하긴하는데 참 갑갑합니다. 그나마 정신이 조금이라도 맑을 때 좀 바짝 배워 걸음마는 못할망정 기어가기라도 해야 할텐데...목요일 오후 4시 부터 저녁 10시까지는 제가 가장 정신차려야 하는 시간입니다. 휴......


13 Comments
무아 2013.09.14 07:20  
히따나님 홧팅!!!
무아 2015.03.20 15:58  
무아성! 시벨에서 음표머리 크게 하는거 성공했어요!!
5mm 악보때 음표머리가 예전 수작업의 비해 상대적으로
작어므로 항상 염려 됐었는데 오늘 비로소 성공 했어요!!
담에 샘플 올려드리겠어요
무아 2015.03.20 15:58  
아, 축하드려요!
무아 2015.03.20 15:58  
미주님 해내셨군요 ^^ 축하합니당^^
저는 작년에 파고들다 터득했는데 .. 그때 엄청 기분좋은날이었죠 ㅎ
미주스코어 2013.09.14 18:43  
취미를 쉬운걸로 바꾸시면 안될라나요!!
악기 한가지 잘하면 평생을 잘살수 있으련만
지는 그실력이 안되서 그만 둔게 사실입니다!!
2013.09.14 19:21  
와 대단합니다. 반드시 좋은 성과 있으리라 믿습니다. 더 힘내세요.
히따나2 2013.09.15 01:06  
선배님들 격려말씀 정말 감사합니다.  여러선배님들이 소시적 하시던 걸 지금 60이 다되어 하려니 참 고충이 많습니다. 꼭 잘하겠다는 결심보다는 과정도 어느정도 즐기면서 언젠가 세월이 흐르고 또 그때까지 숨쉬고 있으면 그래도 혼자 흡족해 할것 같고 뭔가 뿌듯한 마음도 들것 같습니다. 어디가서 공연하고 무대에 설만한 그릇은 아니구요. 민폐수준이라서...ㅋ.
세상살아오면서 고뇌도 슬픔도 많았습니다. 전 소리마당님과는 달리 부모와의 관계(라고 해야할지 악연인지 슬픈 인연인지...서로에게 말이죠)가 제 평생을 힘들게 하고 있는 중입니다.  다 제가 수양이 덜 된 탓이죠. 하늘과 부모는 갈구어봐야 (부모님께 효도만 하시는 여러분들에게는 이런 말 자체도 싹수 없게 들리겠지만요) 소용도 없고 또 그래서도 안된다고들 하지요. 한때 극단적인 생각을 하지 않았던건 아니었지만요.
사춘기때 까지는 견디기 힘들어 그냥 혼자 내가 세상등지거나 멀리 떠나고 싶다는 생각 (그래서 시도를 한다고 했지만) 으로 매일 살았는데 그후에는 저희들을 힘들게 한 그쪽에게도 응징을 하고 나도 가야지 하다가 이젠 원망보다는 그냥 슬픈 마음만 듭니다. 저러고 이별하고 나면 결국 이승에서도 저승에서도 자식들을 가슴아프게 한 것밖에 남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에...그렇다고 지금 다시 보통 부모와 자식의 관계로 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렸기에...
평생 음악을 좋아는 했지만 제대로 직접 배우지는 못했었는데 이렇게 좀 시작을 해보니 결국은 음악만큼 제 혼을 그나마 쉬게 해 주는 것이 없는 것 같더군요. 선배님들 입장에서 보시면 이런 말을 한다는 자체도 참 가소로울지도 모르지만요...그냥 노후대책수준에서 하는 만큼 해보려구요. 이것도 다 때가 있으려니 합니다. 하고 싶을때 그냥 하는거죠.
오토하프는 이곳에 와서 우연히 보고 멋모르고 좋다고 시작했는데 3년이 지난 지금 수작업으로 제작된 하프 3대만 덩그러니 남아있습니다. 코드 21개가 한계입니다. 동요나 간단한 코드가 있는 곡은 가능한데 저는 정신세계가 복잡해서인지 그런 걸로는 부족합니다. 특히 단조곡은 더 제한이 되어있구요.  물론 삼화음이 있으니 모든걸 그 기준으로 편곡해서 하면 못할 건 없지만요. 저는 재즈와 블루스를 좋아하는데 오토하프는 그쪽과는 아닙니다. 그래도 하프덕분에 코드공부를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시벨도 하게 되었고 이렇게 여러분들과도 인연이 되었습니다.
이제야 철이 들어 가는 중입니다. 살아보니 학교때 열심히 했던 것들은 삶의 질의 향상에는 별 큰 소용은 없어보이고 학교때 강조하지 않았던 분야들이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는데 필수인 것 같습니다. 왜 누군가가 제가 젊었을때는 그런걸 가르쳐 주지 않았나 하는 어리석은 질문도 해봅니다. 어쩌면 그때는 제혼자만의 세상에 살면서 아무도 제 세상에 들어오는 것을 허락치 않아서 제가 그걸 못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부모를 선택해서 태어날 수 있는 세상도 아니고 과거를 고칠수도 없으니 덕지덕지 여기저기 기웠지만 제 인생은 이렇게 해서 살아가다 스러지겠죠...전생의 업을 아직도 못갚은 것 같으니 매일 꼼지락거려봐야죠. 제 자신에게도 위로를 해주면서 말이죠~
트라이톤 2013.09.15 04:01  
히따나님~ 화이팅요^^
소리마당 2013.09.15 07:32  
저랑 동갑이십니다. 53년 뱀띠. 더 반갑네요. 무슨일은 하든 늦다 빠르다는 없는것 같아요. 시작할 때가 가장 중요한 때이고 잘한 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꾸준히 할 수 있다면요.
소리마당 2015.03.20 15:58  
히따나님은 저하고 갑장입니다 55년 양띠 ㅎㅎㅎ
소리마당 2015.03.20 15:58  
미국나이 예순이면 우리나이 예순하나 아닌가요?
소리마당 2015.03.20 15:58  
곧 예순이 된다는 말이지요 저하고 55년 갑장입니다
여동생 생겼네요? 하하하하
아고 이거 나이 밝혀서 혼날라~~
소리마당 2015.03.20 15:58  
천만에여~ 나이가 뭐 어디 갑니까? 나이든 건 자랑도 부끄러움도 아니라서요. ㅋ 단지 나이값을 못할까봐 좀 걱정이긴 한데 이건 죽을때까지 못할겁니다. 전 또 한국나이로 한바퀴 머리 써서 말씀을 드렸는데 소리마당님이 친절하게 미국나이로 해석을 하셨습니다. 역쉬..........언제부터인가 58세 59세라는 생각보다는 막연히 그냥 60 이라는 생각하고 삽니다. 그러면 앞으로 이삼년은 나이의 변화없고 나이센다고 머리 안써도 되구요.ㅋㅋ 울 영감이 53년생입니다. 우리 둘다 철들려면 아직 멀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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